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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최현섭 선교사 우간다 8월(2021) 소식입니다.

조회 : 482 0 송지순

종종 찾아오는 괴로운 기억이 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작해서 최근까지 내가 누군가를 괴롭게 했던 사실들이 떠오르곤 하는데, 이제라도 할 수만 있다면 찾아가서 용서를 구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런데 현재 나를 괴롭게 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피하고 싶고 관계하고 싶지 않은 마 음이 있음을 느낍니다. 그 사람은 지금 내 앞에 있지 않은데도 불현듯 찾아와서 그 때의 감정을 되살려놓고 갑니다. 사실 그 사람이 찾아온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쓴 뿌리가 내리고 있는 것입니 다.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큰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생겼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 는 폭탄을 품고 있다가 터졌을 때 나도 상대도 크게 다친 몇 번의 경험이 있습니다. 궁지에 몰릴 때까지 참다가 그 궁지 끝에서 상대를 더 무섭게 물어버리는 제 모습이 인생 속에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절망의 기억들입니다. 그러나 은혜를 주셔서 어떻게든 인내를 했 을 때에는 하나님께서 직접 해결하셨음을 고백했던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요즘 망각의 훈련 을 하고 있습니다. 내가 잘못한 지난 날의 부끄러움에 대한 괴로움과 내게 잘못하고 있는 현재의 누군가로 인한 괴로움 모두 잊어야 정신 건강에도 좋거니와, 또 다른 죄와 파멸로 나아가지 않고 자 함입니다. 이 때 영감을 주었던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먼저 집에서만 지내고 있는 강이 산이 에게 하루 한 편씩 보여주는 『옛날 옛적에』라는 만화 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훔치고야 마 는 신출귀몰한 도둑이 강화된 경비를 피해 요기거리를 찾아 선비의 집에 갔습니다. 그런데 너무 가난해서 먹을 것이 하나도 없는 집이었고, 그냥 돌아가려다 배는 고파도 글을 읽으니 마음만은 배부르다는 그 선비와 아내를 불쌍히 여겨 훔친 돈 꾸러미를 던지고 갑니다. 이 장면에서 선비가 읊는 옛 성현의 말씀이 제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내가 남에게 베풀 은혜는 잊지 말아야 하며 남 에 대한 원망은 잊어버리고 내가 남에게 베푼 공은 마음에 새겨 두지 말고 나의 잘못은 마음에 새겨 두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만화를 틀어주고 다른 일을 하는 중에 들려 오는 TV 소리가 성령 님의 음성 같았습니다. 내가 그에게 한 것에 반해 그가 나에게 보인 무시나 건성의 태도에 쓴 뿌 리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공치사를 하지는 않았으나 선비님이 읽으신 구절이 아니었으면 내가 남 에게 베푼 공을 계속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망각이 필요한 부분 입니다. 영감을 주었던 또 한 가지는 고린도전서 13장의 말씀입니다. 친구의 결혼식 주례 말씀에 서 “사랑은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라는 구절이 영어 성경에는 “It keeps no record of wrongs” 라고 되어 있다고 하셨습니다. 한글 번역으로 봤을 때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를 “잘못한 것을 기억하지 아니하며” 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새로운 통찰을 얻었던 기억이 납니 다. 내 결혼식 주례 말씀도 아니고 친구의 몇 년 전 결혼식의 주례 말씀도 잊지 않는 기억력을 주셔서 이것이 은혜의 통로가 될 때가 많은데, 받은 은혜 만이 아닌 누군가의 잘못을 상기하고 곱씹고 되새김질까지 하면서 품고 있는 반전의 능력이 되기도 합니다. 이 역시 망각이 필요한 부 분입니다. 망각에 대해 생각하면서 망각은 훈련이기도 하지만, 인간에게 주신 귀한 선물이라는 묵 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임신의 과정과 출산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아픔이라고 합니다. 제 어머니도 형을 낳을 때 너무 고생을 해서 둘째는 절대 갖지 않으리라 다짐하셨다 했습니다. 그런 데 많은 어머님들이 그 고통을 어떻게 잊으시고 둘째 셋째를 낳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내도 첫째 둘째 때와는 다르게 꽤 힘들게 낳았던 셋째 출산 1주일 뒤 진료 받으러 산부인과에 갔다가 임산부를 보고 “부럽다” 하는 얘기를 하길래 귀를 의심했었습니다. 무통주사도 안 맞고 자연분만 했는데, 그 아픈 게 벌써 생각 안 나냐… 이 외에도 망각은 우리 삶 적재적소에서 일하고 있을 겁 니다. 망각의 은혜가 저와 여러분들에게 임하기를 기도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그 만화에서 이틀을 굶고도 글을 읽어 괜찮다는 선비님의 말과 다르게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진동을 합니다. 그게 안타까워 살림을 맡은 안사람으로서 지아비를 굶길 수 없다 는 마음에 도적이 던지고 간 돈 꾸러미에서 한 냥을 꺼내 식량을 사왔습니다. 선비로서 남의 것 을 탐할 수 없다는 신조를 삶에서 굳건히 지키던 선비는 돈을 보관 중이니 잃어버린 사람은 찾아 오라는 방을 붙였습니다. 그걸 보고 놀랜 도둑이 가서 이래저래 설득해 보았지만, 말이 통하지 않 았고 결국 자신이 그 돈의 주인이라고 실토를 해 아내더러 이 분께 돈을 돌려주라 했습니다. 그 러자 남편 몰래 한 냥을 꺼내 쓴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고백했고, 선비는 이에 격분하면서도, “이 어찌 부인만의 잘못이겠소, 부인의 허물이 곧 나의 허물인 것을….” 이라고 아내를 꾸짖지 않습니 다. 다만 책을 보따리에 싸 집을 나섭니다. 부인이 달려 나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목숨보다 귀 하게 여기시는 책이 아니십니까…” 울며 만류했지만 “학문은 마음을 바르게 하고 뜻을 세우기 위 한 것이어늘 이 책을 팔아 마음을 바르게 할 수 있다면 난 그 쪽을 선택하겠소.” 라고 뿌리칩니다. “사실 그 돈은 훔친 돈이고 저는 도둑입니다. 그러니 부디 그 책만은… 선비님!!” 하고 울부짖으며 만류하는 도둑도 선비를 막지 못했습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도 달라진 것은 없소. 남의 돈을 한 냥 쓴 것은 마찬가지니까. 내 책을 팔아 한 냥을 마련 해 올 테니 이 돈을 주인에게 다시 돌려주 시오“ “책을 팔면 무엇으로 공부하여 과거를 보시렵니까?” 부인이 다시 울부짖지만 “어허 답답하 구려 마음을 바르게 하지 못한 자가 과거는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오” 라는 말을 남기고 가버립 니다. 도둑은 선비님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자수하여 훔친 것들을 모두 내놓은 뒤 벌을 받고 새 사람이 되었고, 관리들도 잡지 못한 도둑을 감명 시켜 새로운 사람이 되게 한 선비님은 관직을 부여 받게 되었다는 결말입니다. 만화 속 이야기지만 제 마음에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지난 6월의 소식지에서 소개했던 휠버라는 아이가 있습니다. 휠버 이야기를 잘 모르거나 기억이 나지 않으시는 분들을 위해 이 소식지 말미에 6월 소식지의 일부를 발췌해 첨부하겠습니다. 거리 의 아이로 괴로운 가운데 생활하던 흴버를 생각지도 않게 만나 솔로몬이라는 사역자의 도움으로 어렵게 집까지 인도하고, 복음 전하고 새 삶을 살기를 기도했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솔로몬이 가족 들 이웃들의 연락처를 받아서 아이가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까지 할 수 있는 조치까지 해주었습 니다. 시간이 흘렀어도 종종 그 때 일이 생각나며 또 그런 은혜의 기회가 주어질까 라는 생각도 해보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장을 보고 거리의 아이들 먹을 것을 사서 나누기 위해 길을 나 섰는데, 스쳐가는 찰나의 한 아이가 낯설지 않았고 다시 고개 돌려 얼굴이 마주친 순간 “어? 휠 버?” 라는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그 아이는 저에게 “차이니즈!” 라고 답했고, 비슷한 아이를 잘못 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름을 물어보자 휠버가 아닌 다른 이름을 답했습니다. 그래서 뭔가 이상하다… 라는 느낌으로 헤어졌고, 솔로몬에게 연락을 해서 이런 일이 있었는데, 휠버 집 에 전화해서 잘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몇 시간 뒤 솔로몬에게서 온 답은, “휠버 가 다시 돌아온 집에서 아빠 대신 돌봐주는 형의 말도 잘 듣지 않고, 다시 이웃의 것을 훔치는 옛 버릇이 나오는 등 잘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집을 떠났다고 한다. 아마 니가 만난 아이가 휠버 가 맞을 것이다, 거리의 아이들은 이름을 바꿔 말한다, 나도 슬프다, 거리에 나가서 그 아이를 찾 아보려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 뭐라 설명하기 힘든 안타까움이 찾아 왔습니다. 처음엔 약간의 실망감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내가 지금 거리의 아이들 만나는 것에 대한 회의로 인해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만 했습니다. 사정도 이유도 있겠지만, 어쨌든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존재들에게 긍휼함을 느꼈고, 그저 간단한 요기거리 밖에 되지 않는 것을 나누는 것만으로는 오 히려 불편함이 있어 집이나 고아원으로 인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솔로몬과 함께 만난 휠버가 집으로 가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는 다시 거리로 돌아왔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도 안 되는 것인가? 무모한 열정인 것인가? 내 욕심인가? 그 만 해야 하는가?’ 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성령님께서 제게 주신 첫 마음은 ‘왼 손이 하는 일 오 른 손이 모르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역시도 망각과 연결되는데, 열매와 상관 없이 초심으로 돌아가서 긍휼함을 느끼고 그 날 하나님이 보내신 통로가 되어 역할을 한 뒤엔 감당한 나 조차도 잊어버려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했습니다. ‘도둑이 가련하게 느낄 만큼 강직한 선비가 되어 옛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휠버를 감동, 변화시킬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살 수 없는데, 무엇으 로 그 아이를 만나야 할까?’ 어떤 분들은 그런 아이들을 위해 고아원을 세우고 학교를 세워 사랑 으로 말씀으로 교육하고 인격적으로 대우하며 변화시켜 가고, 어떤 분은 한 명씩 입양해서 자녀 삼아 키우는 놀라운 헌신을 하고 계십니다. 심지어 어릴 때 아들로 맞아들인 그 아이가 결혼해서 자녀도 낳고 이제는 어머님의 사역을 전적으로 돕고 맡아 하게 된 선교사님도 이웃에 계십니다.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지내며 거리의 아이들과 동고동락하는 형제와, 자신의 자녀로 10명이나 입양해 키우는 자매도 있습니다. 제가 속했던 꿈의학교 공동체에서도 세 가정이나 아이를 입양해 서 키우고 계셨는데, 한 생명을 삶의 전부로 맞아들인 이 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 사랑에 힘입어서 자녀들이 잘 자라고, 가슴으로 낳고 키워주신 은혜를 깊이 깨달아 혹시 상처가 있다면, 치유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모든 아이들은 사랑 안에서 건강히, 배우며 자라야 하는 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 아이들을 품은 분들이야 말로 무너진 가정의 영역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회복하는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강이 산이는 락다운 기간 동안 계획표 대로 성실히 하루를 보냈습니다. 학교가 열릴 것을 기대하 며 영어 재시험도 준비하고, 한글과 산수, 독서, 성경 읽기, 중보 기도 등으로 집에서만 보내는 긴 긴 시간을 알차게 채웠습니다. 힘들다고 하지 않고, 조금만 도와 주고 챙겨주면 곧 잘 해내는 덕 분에 홈스쿨링도 할 만 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차량 운행에 대한 조치가 완화 되었을 때, 비 자 업무 처리 겸 식료품 생필품 장만을 위해 수도 캄팔라 방문 일정을 잡았습니다. 아이들은 모 처럼의 나들이에 신이 났고, 먼 길 가는 내내 답답한 차 안에서도 들 떠 있었습니다. 여권 재발급 과 비자 관련 레터를 받은 뒤에는 아이들을 위한 쇼핑을 하러 갔습니다. 학교가 열릴지는 미지수 였지만, 그리고 입학이 허가 될지도 확정이 되지 않았지만 그간의 수고에 작은 보상과 격려를 해 주고 싶었습니다. 본인들이 멜 가방도 고르고, 신발도 사고, 옷도 사 보는 경험을 이제서라도 해 볼 수 있어서 아이들도 부모들도 감사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다시 나 가기도 피곤해서 간단히 배달 음식으로 해결하려 했지만 영업시간 제한으로 인해 오후 5시부터는 주문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알고 있는 식당으로 급히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음식을 겨우 포장했 지만, 숙소로 돌아가려 하니 모든 오토바이들이 세워도 멈추지 않고 지나쳐 갔습니다. 이상하다 싶었고, 이러다 더 늦어지면 나도 통행금지 시간에 걸릴 것 같아 초조해졌습니다. 오토바이들도 통행금지 시간에 걸릴까 봐 다들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멀지 않은 거리라 제발 한 대만 멈추기를 기도했고, 겨우 탈 수 있었는데 갑자기 무서운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오 토바이에서 그 장대비를 온 몸으로 맞았고, 이렇게라도 숙소에 돌아갈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기 대했는데, 드라이버가 한 건물 아래에 멈춰 서서 비가 멈출 때까지 기다리자고 합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눈을 뜰 수 없어 안전하지 않은데 가자고 조르다가 결국 저도 건물 처마 밑에 들어갔 습니다. 거기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움직일 틈도 없고, 다들 마스크는 안 쓰고 있고 점점 이 상황에 대한 걱정과 불만이 쌓였습니다. 금새 추워지기도 했고, 비가 언제 그칠지 몰라 포장한 음 식을 끌어안고 그 온기로 버텼습니다. 지난 번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제 마음에 역전이 일어 났던 것을 떠올리며, 마스크 없이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비를 피하는 사람들을 혐오, 기피의 대상이 아닌 친구로 여기기로 했습니다. 이것도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니, 허탈한 웃음도 나고 찬 양도 나왔습니다. 아직 비가 세찬데, 드라이버가 저에게 갈 수 있겠냐고 물어봐서 “Why not?”이라 답하고 처마를 탈출 해 많은 사람들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외쳤습니다. “God is Good!” 그러자 사 람들이 웃습니다. 한 번 더 외쳤습니다. “God is Good!!” 이번엔 비 맞은 사람들로부터 이런 화답 이 들려옵니다. “All the Time”. 저도 웃으며 더 크게 “All the Time” 하니 이번엔 “God is Good!”을 외쳐줍니다. “Yes! This is Uganda! I love you” 라고 말한 뒤 오토바이를 탔습니다. 눈을 뜨지 못해 어디로 데려가는지 잘 보지 못한 채 등 뒤에서 우리의 안전을 위해 기도하는데 마음이 따뜻해 졌 습니다. 그가 내려 준 곳은 숙소와 조금 떨어진 곳이었고, 팁까지 얹어주고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비가 많이 와서 숙소 길목이 하천이 되어 무릎까지 차오른 흙탕물과 진흙 바닥을 건너 겨우 도착을 했습니다. 이토록 고생하고 방에 들어갔는데, 아빠를 보고도 자기 할 일들만 하고 있는 딸 들에게 서운했습니다. 이 날 가장 후회되고 안 좋았던 순간이 이 때였습니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 고 빨래를 하며 오히려 활짝 웃는 모습으로도 아이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잘 가르쳤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늦게 와서 배도 많이 고팠던 터라 맛있게 음식을 먹고 또 한 번의 잊지 못할 추억이 새겨진 날로 기념을 합니다.

캄팔라를 다녀와서 학교 이사진의 회의 결과, 홈스쿨링을 기반으로 한 가정들의 연합으로 이루어 진 학교이기에 방역수칙을 지키며 개학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선생님이 많이 안 계셔서 한 단계 수준을 높여 반에 들어가야 하는 산이가 그래서 재시험을 보게 된 것인데 그간의 노력을 격려하고 긴장을 풀어주었습니다. “열심히 노력한 것을 알기에 떨어져도 괜찮다, 너가 정말 자랑스럽다!” 이 말에 힘을 얻었는지 긴장해서 한 두 개 실수한 것 말고는 원어민 선생님의 영어 를 정말 잘 알아듣고 답하는 모습에 놀랐습니다. 테스트를 진행한 원어민 선생님도 많이 칭찬을 하고 놀랐다며 그 자리에서 입학을 해도 좋다는 답변을 주었습니다. 가족 모두가 간절히 기다린 결과를 받게 되자 너무 기뻤습니다. 아이들도 그 어느 때보다 신이 나고 기대에 찬 모습이었습니 다. 처음이라 모든 것이 낯설고 얼떨떨한데, 오리엔테이션 모임에서 발음이 굴러가는 선생님들의 얘기를 반도 못 알아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아빠 엄마도 잘 못 알아듣는 것을 고백하고, 처음에 힘들 수 있다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외국 아이들이라 그런지, 강이보다 한 살이 어린데도 키는 머 리 하나가 더 크기도 하고 막상 가보니 긴장이 되나 봅니다. 그래도 금방 친구를 사귀었고, 학년 은 다르지만 둘이 같은 선생님 같은 교실에서 배우며 시작을 했습니다. 첫 날 학교를 마친 뒤 집 에 오는 길에서 얼마나 신나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지 그간 집에 있을 때보다 대화의 주제가 엄 청 다양해 졌습니다. 키는 작지만 강이도 그간 많이 준비를 해서 1학년 수준이 생각보다 너무 쉬 워서 지루할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학생 수가 6명 정도 밖에 되지 않으니 선생님이 개별지도를 할 수 있고, 며칠 만에 강이가 2학년 아이들과 수업을 같이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강이가 잘한다기 보다 학교 아이들이 한국과 달리 전혀 선행을 하지 않으니 2학년도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라 함께 수업을 해도 큰 무리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언니와 떨어지게 된 산이가 아쉬워 했지만, 강이를 위해서 그리 하기로 결정했고, 2~3학년이 같이 하는 교실로 올 라가 막내가 된 강이에게 안정감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이사 와서 우리와 같이 입학한 한국인 오빠가 3학년이어서 모르는 것을 알려주기도 하고 좋답니다. 산이는 언니 없는 게 조금 아쉽지만 선생님께 칭찬 받으며 친구들과 잘 지내며 적응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친구들이 어떤 간식을 싸오고 급식을 먹지 않는 날은 어떤 음식을 싸오는지 물어가며 아이들 챙기느라 바쁩니다. 갑자기 집에 홀로 남겨진 들이가 첫 날은 언니들 따라가겠다며 신발 들고 울다가, 바로 다음 날 부터는 자신만 집에 남아있는 상황을 받아들이면서도, 엄마만 붙들고 짜증내다가 울다 지쳐 점심 전에 잠들어버리기도 했습니다. 외로운 들이와 여전히 막내로 인해 위탁육아의 여유를 누릴 수 없는 아내 모두 안쓰럽습니다. 넓은 잔디에서 마스크 없이 뛰어 다니는 자유로움에 체력까지 좋 아지는 것 같은데, 피로감은 증가했는지 집에 와서 하는 기도 시간마다 조는 산이가 귀엽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바로 농장에 가서 새로운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락다운 기간 중 어느 날 새벽에 농장에서 숙직하는 앰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계속 되는 진동 소리에 깊은 잠에서 깨었을 때 안 좋은 일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농장에 도둑이 들었다면서 경찰에 신 고해 달라는 전화였습니다. 지금 그 도둑은 농장 안에 계속 있는지 도망갔는지 아직 확인이 안 된 상황이라 그의 목소리는 긴장에 차 있었습니다. 일단 그를 안심시킨 뒤 경찰에 신고 접수를 했지만 그 밤에 경찰도 출동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야심한 새벽에 잠이 안 와 성경을 읽고 있 다가 밖에서 소리가 들려 나갔는데 사람의 움직임이 보였고, 야간 경계등을 급히 끈 뒤 자신을 보호할 무기를 챙겨 조심스레 나와서 상황 파악 뒤 제게 전화를 한 것이었습니다. 그 시간에 깨 어있는 누군가가 있어서 도둑도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고 이미 도망을 갔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앰마는 다시 경계등을 켜고 창고에 가서 없어진 것이 무엇인지 확인도 하고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샜고, 저도 빨리 날이 밝기만 기다리며 잠을 설쳤습니다. 우리 집을 지키는 쌈 아저씨가 현직 경찰이신데, 특수 훈련된 개를 농장에 데려가면 도둑의 흔적을 쫓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를 해주 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락다운과 지속된 가뭄으로 힘들게 연명하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났고, 전 문적인 도둑이 아닌 생계형 범죄일 것이며, 그를 잡는 것이 더 괴로운 일일 것 같았습니다. 몇 번 의 고심과 망설임 끝에 내린 결정은 저와 농장을 가 본적 있는 쌈 아저씨를 모시고 가서 조사하 는 모습을 이웃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만 이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었습니다. 낮에는 입지 않는 경찰 유니폼을 착용하고 동행해서 몇 가지 조언을 주고, 직원의 안전을 위해 활도 나눠주었습니 다. 장화와 사료용 감자와 가벼운 공구만 가져갔다고 하니 경찰인 쌈 아저씨도 제 결정에 동의해 주었습니다. 농장을 밤새 지켜야 하는 임무를 훌륭히 수행해 준 앰마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 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깨어있는 자임을 나누며 그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현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주일에 농장에 갔는데, 위의 통증으로 조직 검사를 하고 결과 를 기다리는 아이다 아줌마만 농장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다행히 아이다는 처방한 약이 듣고 있어서 수술까지 하지 않고, 일단 약으로 치유해 보기로 했다고 합니다. 우리도 기도하고 한국에 서도 기도해주신 분들이 계십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휴가를 갔다가 돌아와 농장에서 일을 시작할 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오지 않은 앰마를 계속 기다렸습니다. 오는 중이라고 했지만 너무나도 늦게 도착했고, 그의 말에 신뢰가 가지 않았습니다. 먼저 미안하다는 인사를 한 부분만 좀 다를 뿐, 믿지 못할 말들이 이어지자 그를 무섭게 다그쳤습니다. 정직과 책임감, 소통에 대해서는 누누 이 강조를 했는데 마치 당황한 어린이처럼 이 순간을 모면하려는 모습에 참지 않았습니다. 칭찬 받았을 때 교만을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교만은 멸망의 선봉이요 겸손은 존귀의 길잡 이니라”는 말씀을 같이 기억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제가 이 날 아침 예배에서 한 말씀을 그 날 오후에 바로 잊어버리고 말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이들과 “자기를 도둑맞은 사람”이 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아이들이 보는 『옛날 옛적에』 만화에서 공부를 하던 도령이 스님의 조언을 무시하고 손톱을 깎아 아무데나 버리다가 그걸 먹은 생쥐가 도령으로 변화해 자신 을 도둑맞았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농장에 도둑이 든 것처럼 우리 집에도 도둑이 들어올 수 있고, 내 자신에게도 도둑이 들어올 수 있다. 도둑은 구원받고 새 사람이 된 나를 빼앗아 그 순간 예수님의 생명 없는 자처럼 하게 한다, 계속 우리의 자리를 차지 하기 위해서 속여 버린다. 하나 님이 아담과 하와를 속인 뱀(사탄)에게 배로 기어 다니며 평생 흙을 먹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흙으로 지음 받은 존재였다가 성령으로 다시 태어난 존재가 되었다, 그런데 자신이 거듭난 존재 라는 것을 잊어 버리면 성령의 인도함을 받지 못하고 육신의 욕구대로 행하는 사람, 흙으로 지어 진 사람과 같아지고 그 때는 뱀이 우리를 먹는 것이 허용된다는 말씀을 들은 기억이 난다. 우리 를 도둑질하는 사탄을 막으려면 내가 어떤 존재가 되었는지 믿음으로 지켜야 한다. 속지 않기 위 해 깨어있어야 한다. 농장의 앰마 삼촌도 그 늦은 밤에 말씀을 읽으며 깨어있었고 도둑으로부터 농장을 지켜냈다, 우리도 우리 안에 도둑이 들어와서 화를 내게 하고 투정 부리고 감사 대신 불 평할 수 있다. 라고 말씀을 전했는데, 바로 몇 시간 만에 제 자신이 도둑맞았음을 느끼는 비참함 을 또 경험해야 했습니다. 너무 놀랍게도 꼭 제가 전한 메시지가 다시 화살이 되어 날아오는 것 을 많이 느낍니다. 부끄럽고 나를 돌아보게 하시는 은혜에 감사하며, 그 과정에서 고통 받는 직원 과 이웃과 가족들에게 미안합니다. 거짓말로 강이 산이가 거짓말 한다 말하는 이웃 아이 때문에 집에 와서도 순간 흥분 했다가 또 도둑질 하려는 것을 느끼고 주님 앞에 머무르는 시간을 가졌습 니다. 도둑이 오는 것은 도둑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는 것뿐이요,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 아멘! 신실하게 약속을 이루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농장은 새로운 시도를 위한 준비를 또 한 번 시작했습니다. 8월이 되자 8마리 암탉 모두가 산란해 8개의 계란이 나오는 감격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우간다식 자연양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비싸지 않은 재료들로도 계란을 낳는 닭들을 키워낼 수 있음이 증명된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노 른자의 탄력과 점성을 위한 변화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매일 계란을 모았다가 76개를 근 처 부화장에 맡겼고, 이제 2주뒤면 병아리가 태어날 것입니다. 지난 번에 33마리로 시작했으니 약 2배의 규모로 새로운 실험을 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파리 유충을 배양해서 얼마나 안정적 지속적 으로 사료로 급여할 수 있는지 체크를 하게 될 것입니다. 버려지는 과일 껍질, 음식 쓰레기, 아내 가 메주까지 만들다 비에 노출되어 실패한 된장 등에 구더기 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이 구더기들 을 따로 분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공장식이 아닌 돈 안 드는 방법으로, 우간다 가정에서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토마토는 초기엔 시장에 내다팔 수 있을 만큼 좋은 품질이 유지 되었지만, 계속 비가 안 오고 비료를 때마다 더해주지 않아서 중반 이후에는 닭에게만 먹을 수 있는 정도의 품질이었습니다. 어차피 닭에게 먹일 목적으로 재배한 것이었는데 첫 번째 토마 토는 완전 망했었고, 이번에는 꽤 많은 양이 수확되어 발전을 이루었으니 세 번째 시도에서는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해 봅니다. 농장 전체를 경작이 가능한 땅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토착미생물 액 을 뿌리고 있고, 수확이 끝난 토마토는 뿌리 채 뽑아낸 뒤 쏘야 라고 하는 우간다 콩을 심었고, 나머지 부분에는 또 다른 작물을 심으려 합니다. 지난 2월에만 해도 딱딱히 굳어져 있던 텃밭 땅 이 이제는 한 삽만 떠도 지렁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촉촉하고 부드러운 땅이 되어있음에 자 연에 대한 신비와 경외를 느낍니다. 꿈의학교 에서 교사 연수 때 학습유형 검사를 한 적이 있습 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을 이해하고 각자 다르게 접근할 수 있는 소통의 시도를 위한 것이었는데, 막상 교사들이 해보며 유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고등학교 때의 나와 지금의 나로 나누어 두 번 의 검사를 진행했는데, 저의 경우 완전히 상반된 결과가 나왔습니다. 고등학교 때의 나는 오락부 장, 영업사원, 여행 가이드 등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유형이었다면,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지 10년쯤 된 30대 중반의 나는 사색, 농부 등 목가적인 유형으로 변화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인 지 양계를 하며 조금씩 농사를 하고 있는 지금의 일이 고되기도 하지만 즐겁게 느껴집니다. 뿌리 채 뽑은 말라버린 토마토를 한쪽에 모아놓았다가 태우기 전에 직원들과 묵상을 나눕니다. 사람이 내 안에 거하지 아니하면 가지처럼 밖에 버려져 마르나니 사람들이 그것을 모아다가 불에 던져 사르느니라 이 말씀을 같이 암송하며, 일하는 순간 순간 예수님을 묵상하고 동행하며 그 안에 거 함으로 생명 없이 말라져서 불에 던져지는 사람이 되지 않기로 합니다. 현장감 있는 묵상을 하니 더 그 말씀이 와 닿습니다. 아내는 아침에 종종 소금물을 먹곤 합니다. 컵에 따라져 있는 물을 무심코 마셨다가 그 맛 때문 에 뱉어버린 기억을 하고, 소금을 주제로 예배에서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소금이 되라고 하시지 않고 너희는 소금이다 하신 예수님. 소금은 썩지 않게 한다. 부패되어 가는 영역을 막는 소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뒤 아이들은 등교 전에 죽염 한 두 알을 먹고 있습니다. 들이는 가끔 무지 고집과 떼를 부리는데 어느 날은 버릇을 고쳐야 할 것 같아서 훈육을 했습니다. 그런데 굽히지 않고 오히려 저를 물길래 매를 들었습니다. 그래도 지지 않는 녀석. 애를 잡겠다 싶어 포기했고, 딸들의 마음을 불편케 하고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 아빠를 부담스러워 했던 모습 이 기억나고, 그 아픔을 꽤 오래 가지고 하나님을 오해했던 생각이 났습니다. “흔적”이라는 제목으 로 다음 날 예배에서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흘린 것을 보고 알게 하는 것도 흔적이고, 냄새도, 상 처도 흔적이다. 들이 엉덩이에 파리채 자국이 났다. 아빠의 아빠도 형과 내가 어렸을 때 엄하게 혼내셨다. 나는 아이들이 잘못하면 매를 들지만, 예수님은 내가 잘못했는데, 채찍을 들어 나를 때 리지 않고 내 손에 자신을 때리라고 채찍을 쥐어주셨다. 성경에서도 자녀들에게 매를 들어야 한 다 가르치지만, 몸에도 마음에도 상처는 남는다. 들이의 상처를 보고, 어렸을 적 아빠의 상처를 보며 예수님은 다른 방식으로 상처를 내고 흔적을 남기심을 묵상했다. 라고 나누는 중간중간 아 이들이 웁니다. 평소 아빠의 엄한 모습에 대한 언급이 아이의 마음을 만졌을 수도 있고, 채찍 맞 아야 할 나에게 나를 때리라며 채찍을 쥐어주신 예수님의 모습에 감동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나 TV를 보거나 책을 읽으면서 슬픈 내용이 나올 때마다 울곤 하는 감수성이 있어 감사합니 다. 어린 아이들과 교감이 일어날 때 감동이 됩니다. 하나님의 자녀인 우리도 영적으로 더욱 성장 하면서 아버지와 교감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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