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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최현섭 선교사 우간다 4월(2021) 소식입니다.

조회 : 1,846 2 송지순

매달 소식지를 쓰며 지난 한 달을 돌아보곤 합니다. 이번 달은 유난히도 많은 어려움이 찾아왔던 시간이었습니다. “생계 해결”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우간다인들에 비해 우리 가정에 찾아 온 위기는 그저 불편함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불편함은 이들의 미소로 치유되고 높고 푸르른 하늘에 구름과 함께 흘려 보냅니다. 고난 자체를 받아들여 승화시키는 이들의 지혜가 마음을 어둡게 만들 요소들을 물리치는 것 같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꼭 체득해야 할 지혜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생은 너무 길어 보이지만, 영원의 관점에서는 짧은 찰나일 뿐입니다. 그 순간들을 인내해 내고, 다른 의미를 부여하며 끌어안은 삶이 곧 이 땅에서 누리는 천국이라 믿습니다. 지위고하와 학식, 소유, 외모 등으로 판단하는 세상과 다른 기준으로 하나님 앞에 서게 될 것입니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붙이면 남’이 된다라는 유행가 가사가 있습니다. 이 가사 보다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하는 말을 개인적으로 더 좋아하고, 한 번 맺은 관계에 대해 필요 이상의 미련을 갖는 성향의 사람인지라 잘 써먹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달에 그간의 사람 관계에서 단절을 연이어 경험하는 가운데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관계는 시작도 중요하지만, 끝맺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간 나누었던 정이나 마음이 그냥 무시되고 냉정함으로 변화됨을 경험하면서 참으로 쓰라렸습니다. 제가 치료 차 한국에 갔을 때부터 집에 오던 캐서린이 다른 직업을 구했다며 인사도 없이 떠난 것입니다. 이모가 오는 것을 기다리고 즐거워하던 아이들에게 설명하기가 참 난감했습니다. 이모에게 더 좋은 일이 생긴 것이라고, 우리는 아쉽지만 이모 가족이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축복하자며 아이들의 이해를 구했습니다. 아내도 이 일로 우간다 사람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며 실망의 마음도 있었지만, 이내 털어내고 씩씩하게 감당하고 있습니다. 농장에서는 알렉스가 떠나 갔습니다. 제가 보냈기에 떠나 간 것이지만, 그의 태도 때문에 어렵게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뉘우침이나 인정의 모습이 아닌, 일하지도 않은 달의 월급을 줘야만 갈 수 있다고 생떼를 쓰는 모습이 실망스러웠습니다. 이러면 결코 다시 보기 힘든 관계가 될 것을 알면서도 눈 앞의 이익에 사로 잡혀 더 소중한 것들을 무가치하게 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무언가를 살 때나 닭을 팔 때 가격을 속인 일들은 정직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법을 쓰면서 인내해 왔고 많은 기회를 주었습니다. 이번 경우에는 양계장에서 자며 닭과 물건을 지켜야 하는 책무를 제대로 하지 않고 오랜 기간 비운 채 집에서 잠을 자고 있음을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것이었고, 또 다시 변명과 거짓말로 책임을 회피함에 결단을 내렸습니다. 여기서 잤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어린 병아리들이 자라고 있을 때도 닭장 창문을 밤새 열어 놓았다는 것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어쩌면 진작 결별했어야 할 인연이었고, 이제서라도 마무리 되어 다행인 것이다 생각하며 위안을 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위한 부르심임을 기억할 때 실패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떠나간 사람을 생각하며, 다시 불러야 하는가를 아직도 고민하고 있지만 이것을 큰 교훈 삼아 새로 만난 사람과의 관계를 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만들어 가야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두고 있습니다.

 

우간다에서 4년차를 맞이했는데, 3년간 함께 했던 사람을 떠나 보내니 잘 해 보려고 노력해 온 것들이 별로 잘 된 것이 없다는 실패감이 듭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서 계란 판매의 길이 막힌 것 뿐만 아니라, 여러 시도들을 미룰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실패들 때문에 양계에 대한 방향성을 자립에서 생명 농업으로 재정립하게 된 것이 의미 있는 성과라 할 수 있지만, 생명 농업은 이제 출발선에 있는 것이고 솔직히 말해 혼자서는 자신이 없습니다. 배울 수 있고 의논할 수 있는 스승, 동역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혼자는 어려워도 함께라면 할 수 있다” 매해 여름 국토사랑행진을 하며 외쳤던 구호가 절실해지는 요즘입니다. 그래서 기도하게 됩니다. 기도하다가 손 쉬운 성공에 끌렸던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빨리 결과를 내고 싶고, 증명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떳떳하고 싶었습니다. 이 일이 제 자랑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러라고 제게 이 일을 맡기신 게 아닙니다. 실패는 쓰지만, 어쩌면 빠른 성공이 더 뼈 아픈 결과를 가져왔을 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제 지난 시간들을 합리화 해서는 안 됩니다. 실패를 교훈 삼아야 하고, 마음의 동기와 목적을 더욱 분명히 하여 나의 영광이 아닌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부르심을 이어 가야 합니다.

 

얼마 전 매일 이메일로 오는 한몸기도편지 에서 관점이 새로워지는 구절을 보았습니다.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위대한 믿음’이 아닙니다. 위대하신 하나님을 믿는 것입니다 – N.T 라이트

이 구절을 통해 “위대한 믿음”에 제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어떠한 믿음을 소유했느냐, 그에 따라 어떻게 살고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모든 걸 버리고 순종할 수 있는 믿음일지라도 이것은 주체가 위대한 믿음을 가진 “나” 입니다. 그러나 위대한 믿음을 가져도 “위대하신 하나님” 앞에 한 없이 작은 존재입니다. 산을 옮길만한 믿음이 있어도, 정작 내가 예상치 못한 결과 앞에서 분을 내고 감사를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매 순간 범사에 위대하신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예배와 감사를 올려드리게 됩니다. 흠잡을 데가 없어 당당했던 욥이 결국 위대하신 하나님을 인정하게 되면서 “내가 귀로 주님을 들었사오나 이제는 눈으로 주님을 뵈옵나이다” 고백하는 것이 욥기의 결말입니다. 모든 하나님의 자녀들을 결국은 이 길로, 겸손의 삶으로 인도하신다고 믿습니다. 선교나 사역이나 직업이나 각자의 소명은 이 길로 가는 통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실험을 위해 우리 닭들이 낳은 유정란 50알을 부화시켜 그 중 33마리의 병아리가 태어나고, 어떻게든 틈을 파고 안전망을 탈출하여 죽임 당한 11마리를 빼고 22마리의 병아리가 살아남았습니다. 현미와 삶은 계란만 먹이며 백신도, 그 어떤 약도 쓰지 않고 전염병 골든 타임 한 달을 넘겨 한시름 놓았습니다. 이 닭들이 우간다의 양계와 농업을 바꿀 미래라 생각하고 정성으로 키웠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암수가 잘 구별되지 않다가 만 4개월이 되자 성별을 더 확실히 판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첫 달과 두 달째에는 5마리만 수탉으로 보았었는데, 최소 11마리, 반 이상이 수탉으로 보여져 낙심이 되었습니다. 수탉은 실험군이 될 수 없어 그간 애쓴 노력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힘이 빠지는 것입니다. 이럴 때에도 위대하신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떠올리니 마음에 변화가 찾아옵니다. 11마리의 병아리를 보는 것이 아니라, 11명의 제자로 세상을 변화시키신 예수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농장에 갈 때 힘이 빠져 있는데, 차까지 자주 고장이 나서 더 힘들었습니다. 우간다에서 차를 고치는 것은 참 고역입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확실히 고치는가도 의문이 들고, 비용도 바가지가 많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안전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 이기에 방치하거나 외면할 수가 없습니다. 차를 들여다 볼 때 마다 더 고칠 데가 나오니 안 고칠 수도 없고, 해야 할 일은 있는데 가던 길을 멈추고 기다리는 시간에 비까지 오니 더 괴로웠습니다. 그 때 내가 지금 이 시간을 그냥 괴로워하며 어떤 탓을 하며 보낼 것인가, 아니면 이 상황을 다시 해석해서 가치 있게 쓸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이의 생일을 맞아 손님을 초대하고, 아내와 함께 준비하기 위해 집에 가야 할 약속 시간이 임박해서 더 초조했지만, 마음을 고쳐 먹고 비를 피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삶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비를 피하는 이 상황이 너무 익숙한 이들과 함께 있으니 저도 여유가 생기고, 서로 웃기는 이야기도 하고, 복음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들도 나누었습니다. 다른 해석은 다른 결과, 의미를 만들어 냄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사실 차만 고장 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내는 손님에게 드릴 커피를 내리다 꽤 심한 화상을 입었습니다. 당장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았으나 오히려 안심시키며 집에서 치료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다리에 입은 화상이라 잘 걸을 수 없고, 아이들이 무심결에 건드려서 고통이 심할 때도 있었지만, 틈틈이 햇볕을 쐬며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집안 일도 쉬지 않고 최선으로 했습니다. 저는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로 그 와중에 허리가 휘어서 며칠을 누워 지내느라 힘든 아내를 돕지 못해 괴로웠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너무 미안했습니다. 이런 상황들 속에서 차가 또 고장 나 수리를 해야 했고, 정전도 너무 자주 되어서 빨래가 밀리고 겨우 해서 말리면 또 비가 와서 걷어야 하고, 그치면 다시 말리는 수고를 했습니다. 잦은 정전 때문인지 갑자기 냉장고가 고장이 나서 비상 상황이 되었습니다. 오겠다던 수리공은 약속을 잊고 저녁 때나 와서 다음 날에 고치겠다고 했고, 냉장고에 있는 것들을 꺼내 놓은 주방은 아수라장이었습니다. 다음 날 하루 종일 기다려서 저녁 때 다 고쳤다는 연락을 받고 냉장고를 차에 실어 허리 조심해 가며 다시 집에 옮긴 뒤 어렵사리 냉장고를 채웠는데, 또 뭔가 이상한 것입니다. 다시 전화를 걸어 증상을 설명하니 내일 다시 고치겠다고 해서 채웠던 냉장고를 다시 비우고 주방은 또 난장판… 이렇게 신기할 정도로 고난이 하루 하루 연속해서 찾아왔습니다. 한 번에 고쳤으면 편했을 걸, 냉장고를 다시 집에서 빼 차에 싣고, 고치는 데로 갔다가 다 고쳐질 때까지 기다리고, 또 차에 싣고 집에 가져 오기를 반복하니 진이 다 빠집니다. 사람 관계 문제, 아내 화상, 제 허리, 자동차, 정전, 냉장고 까지 모두 고장 난 상황에서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는 말씀을 기억했습니다. 다른 것 다 고장 나도 마음 하나 고장 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가정 예배 시간에 지난 고난들을 돌아보며 아이들과 은혜를 나누었습니다. 아이들도 우리 가정에 찾아왔던 힘든 시간들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있었는데, 성령님이 우리 마음을 새롭게 해주셔서 많은 것이 다 고장 난 상황에서도 잘 견딜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외에도 한 달간 비자 문제로 조마조마 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강이는 우간다 규정상 작년부터 학생 비자를 받았는데, 1년 마다 갱신을 해야 해서 3월 10일이 만료였습니다. 신청만 들어가 있으면 만료가 되어도 괜찮은 걸 알기에 여유가 있었는데, 보호자의 6개월 이상 남은 비자를 첨부해야만 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저 때문에 신청 자체가 안 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신청도 못한 채 비자 만료 기간이 지났고, 불법 체류 신분으로 아슬아슬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권만 국경을 나갔다 오는 현지 방법을 통해 결국 해결되었지만, 여기에 시간과 정신을 쏟다 보니 남은 가족들의 비자 만료 시기도 다가왔습니다. 먼저 제가 NGO / Missionary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제가 속한 NGO의 세금 납부가 매해 이루어졌다는 증명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NGO 분들이 다 한국에 가 계셔서 제가 직접 이 문제에 관여해야 했고,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작년 연말부터 나름 애써왔지만, 법도 잘 모르고 안내해 주는 사람도 없어서 혼자 씨름하며 해 왔는데 결국 비자 문제까지 발목이 잡혔습니다. 다행히 3월 말 경에 오신 NGO 간사님과 협력해서 하나씩 해결했고, 우간다 NGO Bureau에서 추천서를 받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3년 전에는 무척 간단했던 일인데, 이제 비자를 받는 일이 얼마나 까다로워졌는지 피부에 와 닿습니다. 이 추천서가 있어야 온라인 신청이 비로소 가능해 지기에, 속히 잘 해결될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 드립니다! 제가 비자 신청을 하고, 갱신이 되어야 가족들 비자도 신청이 가능한데, 이 모든 일이 5월 30일 전에 마무리 되어야 합니다. 우간다의 행정 여건상 쉽지 않아 보입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가족 모두가 한국에 나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양계장 땅 주인과 맺었던 단기 계약도 6월 말까지이고, 양계가 이달 말에서 6월 초면 일단락 되고, 현재 NGO에 계속 속해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중대한 고민도 있고, 아이들도 8월부터 오래 기다렸던 학교가 개학을 한다고 하여 이 때에 한국을 나가는 것이 좋은 시기라 판단됩니다. 그러나 코로나 상황 때문에 또 언제 국경이 막힐지 모르고, 자가 격리 기간도 많이 힘들 것이고, 어린 아이들이 여러 번 코로나 검사를 받는 것도 무섭고, 한국에서도 마음 편히 어디 다닐 수도 없는 상황인지라 고민이 됩니다. 비자를 잘 받아서 기도 중에 결정해서 나가는 것과, 어쩔 수 없이 떠밀려서 나가는 것은 다르게 느껴집니다.

 

제가 계란 배달을 다니며 알게 된 많은 Western 선교사, NGO Worker 자녀들의 교육을 하는 학교가 동네에 있습니다. 그 학교도 작년 초부터 약 1년 반을 문 닫았습니다. 저희도 몇 번 문의를 했지만, 교사도 학생들도 본국에 돌아가 언제 오픈할 지 모른다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8월에 개학을 할 수 있으니 학교에 오기 위해 테스트를 받으러 오라 했습니다. 1년간 집에서 놀기만 하다가 올해 들어 한글과 산수 정도만 했는데, 영어로 하는 테스트를 받아야 하니 긴장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꼭 입학 허가를 받아서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간절한 마음인지라 7월말에 받으라는 테스트를 당장 받겠다 했습니다. 이번 테스트에서 떨어지더라도 무엇이 얼마나 부족한지 물어보고 남은 기간 동안 준비해서 다시 테스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여기서 유치원도 다니고 현지 친구들, 이모들과 대화하며 놀면서 영어가 자연스러워서인지 강이는 첫 테스트에서 1학년 입학이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고, 산이는 Pre Kinder(유치원 전 과정)이 교사 부족으로 열릴 계획이 없어 Kindergarden으로 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재시험을 봐야 한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산이에게 벌써부터 부담을 주고 싶지 않지만, 언니와 같이 학교를 다녀야 본인도 신이 날 것 같고, 들어가기만 하면 잘 따라갈 수 있으리라 믿음이 있기에 영어, 산수 공부에 동기부여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위해서도 기도를 부탁 드립니다!

 

4월은 우리 가족의 많은 기념일이 있는 달입니다. 산이 생일, 결혼 기념일, 그 하루 뒤 제 생일, 강이 생일이 2주 간격으로 찾아옵니다. 산이 생일에는 산이의 요청에 따라 이웃 선교사님들을 초대해 음식과 교제를 나누었고, 결혼기념일과 제 생일에는 강이 비자 발급에 맞춰 캄팔라를 다녀 왔습니다. NGO 회계 문제 해결을 위해 출장을 간 간사님과 일정이 겹쳤고, 같은 호텔에 머물면서 귀한 섬김을 받았습니다. 3년 전 결혼 기념일에도 그 가정과 함께 했는데, 이번에는 가족은 한국에 두고 홀로 우간다에 오셔서 2018년에 찍은 사진을 공유하며 옛 추억을 회상했습니다.

 

캄팔라에서 받은 은혜와 환기는 잠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장거리 이동부터 힘듦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집에 와서도 짐과 장 본 것들을 정리하느라 정신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가정에 전우애가 있음을 보았습니다. 전우는 말 그대로 전장을 함께 하는 벗입니다. 힘든 훈련을 통과하며 결국 서로를 의지하게 되고 챙기게 되고 미안해 하며 책임을 떠안습니다. 분명 아내가 쉬지 못했는데, 저한테 고생을 했다 합니다. 저는 이 모든 힘듦이 저 때문이라고 생각해 미안하다, 내 책임이다는 말을 하게 됩니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 있더라도 한 뜻과 마음을 가진 전우가 있다는 것이 고비 앞에서 용기와 힘이 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런 전우가 곁에 있는 사람이 복되다는 생각이 들고,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누군가에게 이런 존재가 되어주고 또 그런 존재와 벗함의 복을 누릴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농장에 암컷 고양이 두 마리가 연 달아서 4마리, 5마리의 새끼를 낳아 고양이 판이 되었는데, 아이들에게 새끼 고양이들과 노는 시간을 가지게 했고 그 중에 얌전하게 안겨 있던 한 마리를 집에 데려와 키워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은 그 어떤 선물보다 좋아했고, 동물 키우자는 말에 늘 반대만 하던 아빠가 왜 변했는지 물었습니다. “말은 안 통하지만, 너희들에게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서” 라고 답했습니다. 사실 아내도 저도 원치 않게 아이들만 방치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공부도 봐 줘야 하고 놀아도 줘야 하는데, 농장 가는 것 외에도 계속 일이 생겨 나가야 하고 헬퍼도 이제 오지 않으니 아내는 몸이 두 개여도 부족합니다. 여러 고민이 많았지만, 결단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너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데려와 목욕을 시켜보니 여기 저기 벼룩과 진드기가 있어 제거 했는데도 며칠 뒤까지 계속 보였습니다. 몸 안을 살펴 보니 혹 같이 부어 오른 부분이 심상치 않아 병원에 데려갔고, 구더기가 살을 파고 들어 있어 빼내고 주사를 맞혔습니다. 농장에 그냥 있었으면 꽤 고통스러워하다가 죽었을지도 모르는데, 소중한 생명을 살린 기회였습니다. 이름은 “양이” 입니다. 잘 다룰 줄 모르는 들이가 목을 움켜쥐고 안아도 순하게 있습니다. 더 놀라운 건 화장실에 가서 치우기 좋은 곳에 소변 대변을 가리고 있습니다. 엄마 고양이와 떨어져서 슬프고 놀랐겠지만 그래도 집에 와서 잘 적응하고 우리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해 보입니다. 아이들도 우리의 즐거움을 위한 도구가 아닌 하나의 생명으로 받아들여 이 작고 연약한 존재를 위해 사랑과 희생 하면서 소중한 가치들을 배우면 좋겠습니다. 삶의 모든 순간이 예배이길 기도합니다.

 

 

 

 

쿠미대학 총장님 홍세기 선생님께서 찍어 보내주시는 아름다운 사진들을 선물로 담아봅니다.

 

덧글 2개
작성자 :     암호 :
송지순   2021-05-12 16:43
가난한님 사역과 가정을 위한 기도가 절실합니다. 편지 읽어보시면 구절구절이 다 기도할 제목임을 아실 것입니다.
한동운   2021-05-12 13:28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