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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최현섭 선교사 우간다 12월(2020) 소식입니다.

조회 : 1,759 0 송지순

우간다에 돌아오니 새로운 이웃이 와 계셨습니다. 월드뱅크라는 큰 단체에서 시행하는 수질 개선프로젝트 책임자로 오셨는데, 기업에서 파견된 분이라 직책을 호칭으로 상무님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기업 임원으로서의 성실함과 부지런함 뿐만 아니라 타지에서 혼자서도 부족함 없이 지내고 계시는 적응력과 친화력을 느끼게 해주십니다. 장을 봐오시면 혼자 해 먹기에 많다고 이웃들을 초대해서 한 상 가득 음식을 준비해놓고 기다리십니다. 새해를 맞아 근처에 있는 4321m 엘곤산 등반을 가시기 위해 손수 김밥도 싸셔서 넉넉히 했다며 우리 가정에도 나눠주셨습니다. 우리는 멀어서 자주 가지 못하는 수도 캄팔라에 비즈니스 차 가실 때 마다 필요한 것들 찾아 대신 돌아다니시며 사다 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우리도 음식 해서 챙겨 드리고, 며칠 전 쿠미에서 열린 테니스 대회에 동행해서 좋은 분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멋진 자연을 구경하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12월에 전기도 많이 불안정하고, 물도 며칠 씩 나오지 않는 힘든 시기가 있었습니다. 물이 나오지 않을 때는 아이들을 키우며 많은 불편함이 있습니다. 단수 3일째가 되자 음식을 하는 것도, 설거지를 하는 것도 어려워져서 진짜 오랜 만에 인도음식을 배달시켜 먹기로 하고 상무님도 초대했습니다. 그런데 몇 번을 강조한 배달 시간이 넘도록 음식이 오지 않고, 출발했다고 했는데 배달 기사가 우리 집을 찾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가서 헤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물과 전기로 인해 예민했던 것에 배고픔과 손님을 초대한 초조함이 더해져 1시간이 지나자 잠시 흥분을 했습니다. 결국 음식점 주인이 배달기사를 찾아서 다 식은 음식을 전해주며 핑계만 대길래, 미안하다는 사과를 강요하고 당황해 하는 배달기사에게 눈길 조차 주지 않고 돌아왔습니다. 흥분은 잊고,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즐거운 교제의 시간을 보내고 겨우 하루를 마무리 했습니다. 자리에 누워서 물이 나오지 않아 제대로 씻지 못한 찝찝함에 잠이 안 오는가 했는데, 아침 예배 때 아이들과 나누었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매 순간 하나님을 인정하면서 결과에 상관 없이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훈련에 대해 전했는데 음식을 기다리면서도 생각했으나 막상 음식이 왔을 때는 어렵게 배달해 준 사람들을 무안하게 했을까 하는 후회가 컸습니다. 그리고 혹시 그 사장이 배달기사를 해고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되어 잠이 오지 않았고, 계속 회개와 중보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농장에 갔다가 오는 길에 다시 그 음식점을 찾아가 주인을 만났습니다. 어제 일에 대한 사과를 하고, 그의 고용여부를 걱정하며 배달기사한테도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하니 바로 불러주었습니다. 어제 일에 대해 나누며 그는 웃음을 되찾고, 이리저리 다녀놓고도 받지 못한 배달 수고비도 받았습니다. 저는 예배 때 나눈 말씀이 삶에서 어떻게 이어져야 하는가와 결국 내가 믿는 예수님과의 관계가 이웃과의 관계와 무관할 수 없다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유치원도 못 가게 된 우리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 준 이웃의 조세핀 선생님이 곧 생일이라는 것을 알고 아내의 주도 하에 깜짝 파티를 하게 되었습니다. 평상시와 다름 없이 시간에 맞춰 집에 온 선생님은 잘 놀던 아이들이 잠깐씩 주방으로 없어지는 것이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그 시간에 아이들이 케이크 장식을 하고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선생님이 집에 가기 전에 주방에서부터 초를 붙여 케이크를 가져 나와 생일 축하 노래를 시작했는데, 같이 그저 따라 부를 뿐 자기를 위한 노래와 케이크 임을 전혀 모르는 것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해피 버스데이 조세핀”이라 해주니 그 때서야 놀라며, 고맙다는 말을 합니다. 엄마 아빠한테도 받아본 적 없다는 이런 조그만 축하에 감동을 느끼는 것을 보고 아이들도 축하는 받을 때도 좋지만, 해줄 때도 그 이상의 감동이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 마음을 이어 크리스마스에도 정성껏 선물들을 준비해 이웃에게 나누기로 했습니다. 1년간 수고한 동역자들, 직원들의 가족들과 요로결석을 통해 알게 된 큐어 병원의 아이들과 엄마들을 축복하기로 했습니다. 강이 산이가 직접 포장한 것들을 가방 가득 메고 기도로 준비한 뒤 병원에 갔습니다. 크리스마스 연휴라 진료하는 의사도 없고, 소수의 직원만 보였는데, 입원한 어린이들과 엄마만 조용히 누워있는 병실에 가서 한 직원의 도움을 받아 기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아빠한테 아픈 아기들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긴장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간 아이들은 직접 그 아이들을 마주하자 스스로 무언가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총 26명의 아이들, 엄마를 위해 각각 기도하는 그 시간이 꽤 길고 지루했을 텐데도 계속 집중하며 함께 기도하고 축복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엄마들 중에는 16살의 소녀도 있었고 이미 우리 아이들과 같은 또래의 아이들을 가진 엄마도 있어 다정다감하게 대해주며 고마워 했습니다. 마지막에는 중환자실까지 갔는데, 그 곳에선 스스로 호흡할 수 없어 여러 장비에 의지해 있는 아이를 보기도 했고, 기계음, 처음 보는 환경에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끼고 긴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우리의 작은 축복과 기도를 통해 하나님께서 일하시기를 기도했고, 집으로 돌아와서 아이들의 나눔을 듣고 칭찬해주었습니다.

 

큐어 병원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방문을 하게 되길 소망합니다. 항공료로 사용하라고 보내주신 소중한 재정이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한 5명의 아이에게 흘러갔습니다. 병원 디렉터 선교사 가정과 먼저 만남을 갖고 설명을 들은 뒤에 직접 병원에 가서 social worker라고 하는 사회복지사, 회계 담당자들과 교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한국 서산에서도 변방의 작은 동네 영탑리에 있는 Dream School을 듣고 그 곳에서 모아진 후원금에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아내도 그 병원에 함께 갔으면 좋았겠지만, 마스크를 잘 쓰지 못하는 들이를 병원까지 데려가기 어려워 집에 남아 있었습니다. 큐어 병원 디렉터 가정을 만날 때도 들이가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게 할 까봐 저만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가끔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되는데, 그것을 통해 제 내면의 어둠을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긍정적이고 흥분된 같은 반응을 기대했다가 현실적이고 부정적인 지적을 했을 때의 느낌이 싫었습니다. 아내도 그걸 알아서 일부러 침묵하거나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기도 합니다. 어쩌다 얘기했을 때는 애써 그 이유나 상황을 잘 설명하지만, 간혹 타인에 대해 의심하거나 실망하는 경우 손 발이 안 맞는다는 생각도 들고, 마음이 어려웠습니다. 그 어려운 마음을 주님께 올려드리다가 이것은 아내의 문제가 아닌 제 내면의 문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직하게 얘기하자면, 이미 제 마음 안에 아내보다 더 한 불신, 의심 등 어두운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내색하지 않고 있다가 아내에게 들으면 나는 아닌 척 가면을 쓰고, 아내만 그런 사람인 것처럼 나와 아내를 분리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의 모습이 타인에게서 발견될 때 불쾌함을 느낀다는 것을 25살 되던 해에 DTS 전도여행에서 배웠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나라는 것을 깨닫는 것도 어렵고, 깨닫더라도 인정하는 것은 더 싫습니다. 차라리 타인의 연약함을 들춰내어 공격하는 것이 내 자신을 방어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그런 미성숙함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2020년을 마무리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변화를 주었습니다. 아침 5시에 기상해 기도하고 양치하고 뜨거운 물을 마시고, 스트레칭 하고, 아침 운동을 다녀옵니다. 건강을 위한 습관을 가짐과 동시에 부지런한 삶 전환 노력의 일환입니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니 더 알차게 보내는 것 같습니다. 농장에도 병아리 새 식구를 맞아 활력이 돋아납니다. 부시유 농장 근처에 부화장이 있어서 큰 회사를 통해 오는 타지역의 병아리를 받지 않고, 우리 농장의 유정란을 직접 부화시킨 첫 시도입니다. 21일 이후에 50개의 알에서 건강하고 귀여운 33마리의 병아리가 태어났습니다. 이번 병아리들은 새로운 자가사료로 키워볼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과는 다른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도전정신이 생기지만, 너무 다양한 가능성 속에서 망설임도 느껴집니다. 새해에는 우유부단함과 선택장애를 고치고 싶은 마음입니다.

 

연말에는 지역별로 돌아가며 초청을 받아 풍성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가까이 계심에도 계속 만나지 못했던 선교사님들이 크리스마스 예배를 함께 드리기도 했고, 방학을 맞은 쿠미대학에서 소규모 테니스 대회가 개최되었습니다. 각자 떨어져 어려운 시간을 보내시던 분들이 함께 기도하고 식사하며 모처럼 웃을 수 있었는데, 불과 며칠 뒤엔 운동을 통해 회복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건기의 태양과 흙바람이 바이러스조차 태울 만큼 뜨거웠지만, 모처럼 코트에 선 열정이 더 강렬했고, 아름다운 자연, 맛있는 음식, 좋은 사람. 이 3요소가 지친 심신을 치유해 주었습니다. 사모님들도 우리 가족도 대회를 위해 먼 길 와주신 분들도 초대 받으신 상무님도 다들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임을 고백했습니다. 한 해의 마무리를 잘 지내니 아직 이 터널의 끝이 멀었다는 내년도 기대가 됩니다.

 

새해에는 더 곁눈질 하지 않고 시선을 고정한 채 나아가고 싶습니다. 다시 돌아가야 할 곳, 본향이 있는 한 그 곳까지 가는 여정에서 가져야 할 마음을 다 잡아 봅니다. 도움을 주던 사람들도 나아질 것 없는 인생 경멸하면서 4번 이상 도와주지 않았다는 드라마의 대사가 찔림을 줍니다. 어떻게 해야 내 진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던 주인공에게 들려준 노래에서 예수님의 생애를 묵상해 봅니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백만 송이 백만 송이 백만 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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