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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최현섭 선교사 우간다 소식입니다.

조회 : 485 0 정종혁

지난 달 소식지에서 2018년의 마지막 월을 보내며 유종의 미를 거두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 스스로도 그러기 위해 노력했고, 외부적으로도 열심을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분주했지만,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한 해를 돌아보며 뿌듯하고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복된 일인지 모릅니다.



 



예수님과 동행일기로 시작해서 동행일기로 끝난 첫 번째 해였습니다. 우간다에 와서 나와 우리 가족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이 거기에 있다고 생각해서 시작했는데, 아주 꾸준하지는 못했어도 이렇게 일상과 내면의 기록을 위해 애썼던 때는 예수제자훈련 DTS를 받았을 때 외에는 없었습니다. 덕분에 제 마음의 다림줄이 내 기준을 넘어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뜻이 무엇일까 돌아보고 순종하는 훈련이 조금이나마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특별히 바쁜 와중에 우선순위를 두고 시간을 드리니 오히려 삶의 균형과 질서가 잡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년에도 이런 은혜가 지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달 중순에 처음으로 Busiu 라는 농장에 병아리를 받았습니다. 2년 넘게 산란을 감당해 준 닭들이 점점 죽어가는 것을 보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Kumi 농장에서 병아리를 받았을 때 함께 하며 배웠던 것들을 이제 스스로 처음 진행하려다 보니 많이 긴장이 되었고, 의외로 챙겨야 할 것이 많았기에 쉽지 않았지만, 현지 직원들의 도움과 저의 실수마저도 역전시키는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무사히 준비를 마쳤습니다. 우간다에서 저 같은 초보가 작업의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게 일을 진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순수하고 무지한 생각인지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언어의 장벽도 있고, 물건을 사기도 나르기도 힘들고, 무언가 고장 나면 고치기도 힘들고 하는 상황 속에서 좌충우돌 했습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는 초조했고,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감정이 오락가락 하다가도, ‘아, 내가 주님을 놓치고 있구나!’ 이 깨달음과 함께 마음을 잡는데 에너지를 바꿀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상황이 해결되지 않아도 감사할 것을 발견하게 되고 평안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실제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면서 고된 일이 다시 즐거워졌습니다. 새로운 병아리를 받기 위해선 기존 닭들이 살았던 룸을 깨끗이 치워내야 합니다. 2년 이상 닭들이 살면서 쌓인 계분과 먼지, 거미줄, 묵은 때 뿐만 아니라 바닥에 쌓인 전부를 걷어내는 수고는 정말 힘이 들었고, 안 좋은 먼지와 냄새가 뒤섞여 피하고픈 마음도 들었습니다. 덜어낸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일이 실어서 밭에 옮기는 것도 고된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더러운 것을 치워내고 다시 깨끗이 하는 일은 제 적성에 맞는 일입니다. 오히려 더럽다고 방치되어 있는 것을 손 데지 못하고 지켜보는 것이 저에게는 더 괴로운 일입니다. 그리고 나서 pressure water 기계로 고압의 물을 쏘면서 먼지와 거미줄, 닭똥을 제거할 때는 감동이 느껴질 정도로 좋았습니다. 그렇게 깨끗해진 계사에 발효를 위해 라이스브랜과 소더스트를 골고루 쌓아둔 뒤 물을 뿌리면 발효가 진행되어 닭들이 깨끗하고 건강하게 살기에 좋은 바닥이 되는 것입니다. 병아리들은 처음에 와서 온도와 공기와 물이 제일 중요하기에 온도유지를 할 수 있는 병아리 room을 새로 만들고, 오래 되어 쓸 수 없던 측창과 천창 작업까지 며칠 간의 작업 끝에 마무리했습니다. 다 하고 나니 마치 우리집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한 것처럼 기분이 좋았습니다. 벌에도 쏘이고 손과 팔도 긁히고 상처투성이에 얼굴도 많이 그을렸지만, 작업을 하면 할수록 노동의 신성함에 매료되면서 제 자신이 정화되고 성화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것이 수도원의 영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이런 상황에서 병아리를 맞이했는데, 200마리 모두가 컨디션이 좋아보였습니다. 따뜻한 온도에 깨끗한 바닥, 한방영양제를 만들어 섞어준 물, 사방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에, 새로운 곳에 대한 긴장을 잊고 잘 적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다리를 다친 한 마리가 보였는데, 다른 병아리들이 상처난 부분을 호기심에 쪼아대서 괴사가 일어나고 있었기에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강이 산이도 신났지만, 아내가 더욱 관심을 갖고 몇 분이 멀다 하고 들여다보았습니다. 죽을 것 같다고 생각한 그 병아리가 따로 키우니 며칠 뒤부터 두 발을 다 사용할 정도로 괜찮아지고 1주일만에 다른 병아리들이 살고 있는 room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제가 병아리 한 마리라도 챙기는 것을 보고 어떤 분은 “복 받을 것이다” 라고 하시고, 가족과 떨어져서 혼자 여기 남아계신 분은 그 모습 속에서 큰 위로를 받았다고 합니다. 괜히 뿌듯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목이 돌아간 병아리는 회복되지 못하고 운명하여 고이 묻어주었습니다. 지금도 다리 다친 병아리 한 마리가 집에 와서 회복해가는 중입니다. 날마다 물을 갈아주고, 숯불을 피워주고, 바닥을 갈아 엎어 깨끗하게 해주는 작업 가운데 눈에 이상 증상이 보이는 병아리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전염병이기에 백신을 하지 않는 우리 농장에서는 큰 위기였습니다. 발견 즉시 격리하고 200마리를 하나씩 다 확인한 결과 5마리 정도의 의심 환자를 발견했고, 백신을 파는 상인에게 데려가 보여주니 정확한 병명과 함께 약과 대처법을 알려줘서 그대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별다른 확진이 없이 살아있는 중입니다. 이대로 잘 살아줘서 건강하고 신선한 계란을 낳는 사명을 잘 감당해주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병아리 아빠로 살아가는 중에 주일 예배 설교를 준비함과 동시에 1월 1일부터 10일까지 방문하는 꿈의학교 팀을 위해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바삐 움직여야 했습니다. 무리한 나머지 또 병이 찾아오면 어쩌나 노심초사 하면서 최대한 조심하고자 해서 다행히 괜찮은 컨디션으로 새해와 팀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금 마음이 상하는 일도 있었는데, 저보다 하나님을 신뢰하는 마음으로 애초의 계획에서 달라진 모든 변수가 인도하심이라 받아들이니 마음도 편하고 협력하고 섬기는 데에도 힘이 생겼습니다. 아직도 준비는 미비하고 마음은 초조한데, 기대가 되고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일어났습니다. 그리웠던 사람들과의 만남이 무엇보다 행복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도 언니 오빠들의 방문을 날짜 세어가며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우간다는 겨울이 없어 제가 경험했던 크리스마스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지만, 눈에 보이는 화려함은 부족해도 이 분들이 얼마나 크리스마스를 성대하게 보내는지 새로이 알게 되었습니다. 일단 월급날이 앞당겨집니다. 크리스마스를 위해 풍성한 음식은 기본이고 새로운 옷도 옵션인지라 준비를 위해 돈이 필요하고, 그 주간에는 물가가 올라 비싸지기에 그렇다고 합니다. 우리도 직원들에게 크리스마스 보너스와 함께 몇 가지 생활용품을 패키지로 만들어 선물을 주었는데 그냥 받지 않고 이것을 너무 감사해하며 우리에 대한 축복과 하나님께 올리는 기도로 받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쿠미 양계장에서 키운 질 좋은 육계도 가족들과 함께 먹으라고 추가해줘서 어느 때보다 풍성한 크리스마스를 보냈을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털과 내장을 다 제거한 채 손질된 닭을 받는데, 이 분들은 크리스마스 날까지 살려두었다가 먹어야 하므로 생닭을 달라 해서 배달하기에 힘은 들었지만, 질 좋고 묵직한 육계를 보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기뻤습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일은 이 시즌에 도둑들도 활개를 친다는 것입니다. 사실 전문 도둑이 아닌 크리스마스를 위해 잠시 일탈하는 생계형 범죄라고 할까요? 울타리 작업 중이던 농장에도 완성이 덜 된 틈을 타 도둑이 들어서 냄비, 물통, 못, 가방, 솔라 패널, 저울 등이 없어졌습니다. 도둑에 대한 보고를 받으며 낙담했다가도 가져간 물건의 내역을 보니 허탈한 웃음도 나왔습니다. 직원들과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이야기 하며 약간의 긴장도 있었지만, 물건을 잃어버린 일로 말미암아 우리가 농장에서 함께 일하며 가져야 하는 목적의식과 책임감에 대해 재정립하고 재발견했기에 감사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실제적인 책임을 나눠 지기 위해 소정의 금액을 제시하고, 월급에서 차감하는 것 괜찮냐고 물었더니 장고 끝에 어르신께서 “Painfully OK” 하셨습니다. 아… 처음 들어보는 조합의 문장이었습니다. 이들에게는 익숙치 않은 문화일 수 있어 ‘큰 부담을 준 것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그럼에도 이렇게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서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Painfully OK” 라 표현한 적은 없지만 그런 마음으로 한 걸음씩 옮겨 온 과정들이 생각납니다. 주님은 그 결정들을 주목하셨고, 계속 그렇게 반응할 수 있도록 믿음과 용기를 더하고 계십니다.



 



이런 도둑과 달리 철물점에서 물건을 사고 나오는 길에 만난 천사도 있었습니다. 길을 건너 차에 탄 저를 부르는 현지인에게 굳이 응대하기 싫었던 것은 괜히 저를 불러 돈을 좀 달라하는 요청이 심심치 않게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가 길까지 건너 와서 얘길 꺼내니 응대할 수 밖에 없었는데, 뜻밖에 제가 돈을 흘린 걸 주웠다면서 1000실링을 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너무 당황한 것인지, 아님 믿기지 않은 일이 일어나서 내 돈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계속 맞다고 하며 저에게 쥐어주고 가더라구요. 고맙다 인사하고 가려다 다시 차를 돌려 그에게 갔습니다. 제가 “흘린 돈을 찾아주어서 고맙다, 나는 네가 이 돈을 가졌으면 좋겠다” 하니 “이 돈은 내 돈이 아니다” 라고 웃으며 거절합니다. “그래, 이 돈은 내 것이라 네가 내게 주었지, 그럼 지금 내가 주는 것은 너의 정직에 대한 나의 선물이며 감사이다” 라고 말하니 그제서야 받았습니다. 그도 저처럼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었고, 그를 통해 다시 한 번 경외함과 청지기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는 예전에 청지기에 대해 새롭게 깨달은 적이 있습니다. 총각이었던 생활관 교사 시절 제 방은 아이들이 쓰는 방과 바로 옆에 붙어서 사생활이라고는 보호가 안 되는 구조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크게 불편하거나 어렵지 않아서 괜찮았는데, 제가 없을 때 제 방에 들어와 무엇을 사용하거나 무엇을 했거나 하는 흔적을 보게 된 날은 화가 났습니다. 주님은 제가 화가 났을 때 ‘왜 내가 화를 내고 있는지’ 종종 깨닫게 해주시는데, 그 날은 이런 생각이 났습니다. ‘이 방이 내 방인가, 아님 내가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인가?’ 그렇게 생각하니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것이라고 여겼으니 내 것이 침해되었다고 생각해 화가 난 것입니다. 물론, 제가 쓰는 동안에 일어난 일이니 문제가 되는 일인데, 당시에도 지금도 화가 난 다는 것은 나를 점검해야 할 문제라고 여기고 있기에 남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로 이관된 것입니다. 이것이 주님을 믿고 난 뒤에 일어난 변화 중 하나입니다. 그렇게 나를 점검하면서 청지기란 내게 주어진 것을 잘 관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것이 아니라고 여길 수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내가 주운 돈 뿐만 아니라 지금 가지고 있는 것, 내가 대가를 지불하고 산 것일지라도 과연 그것이 내 것일까 생각해 봅니다. “주신 분도 하나님이시요, 가져가신 분도 하나님이시니” 라는 욥의 고백이 떠오릅니다.



 



위의 일들은 부시유 농장에서 했던 일들과 그로 인한 내용이었고, 쿠미 농장에서는 선교사님들과 현지 직원들이 jinja라는 도시에서 특별한 1박2일을 보내게 되어 저도 동참했습니다. 이 일을 계획한 취지는 올 한해 많은 시스템이 바뀌면서 수고한 것에 대한 감사와 팀워크 형성, 앞으로의 농장 운영에 대한 나눔 등 이었지만, 잘 먹고 잘 쉬고 잘 놀고 나면 그것으로 만족한다에 방점을 두었습니다. 여자 직원은 태어나서 한 번도 쿠미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Jinja에 가서 처음 먹어보는 음식, 처음 보는 세상, 처음 타는 보트 등 새로운 경험 속에서 감사의 고백을 들으니 우리 모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source of nile 이라는 나일강 발원지에 갔는데, 물 속에서 반짝거리는 것이 보여 주웠습니다. 보니까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명명하는 모든 이름이 다 적힌 은색 날이었습니다. 여호와 라파, 샴마, 닛시, 알파와 오메가 등 20개도 넘는 이름이 적힌 그것이 신기해서 가지고 왔는데, ‘아… 내가 실수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이 여호와의 이름이 나일 발원지에서 흘려가는 물길을 따라 퍼져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누군가 일부러 거기에 놔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그 자리에 가져다 놓아야 하겠습니다.



 



양계 직원들과도 좋은 시간을 보낸 것처럼, 함께 교회의 몸 된 한국인들과도 세대와 성별을 초월해 풍성한 시간들이 이어졌습니다. 모여진 헌금으로 우리와 함께 일하는 많은 분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드리고, 우리도 한 끼 식사로 성탄의 기쁨을 함께 누렸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한 가정에 모여 한 가지씩 해온 음식을 나누고, 2부 순서로 대화와 게임도 하고, 남자들끼리는 3부 순서까지 가지며 아내들의 눈초리를 받았지만, 너무 행복했습니다. 내년에는 많은 분들이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어 참 아쉽고, 그 빈 자리가 클 것 같은데, 남은 자로서 이 공동체를 위해 해야 될,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것들이 이뤄지길 바라고 노력해야겠습니다.



 



우리 가족들은 이번 달에 우간다에 와서 처음으로 떨어져 며칠을 보낸 경험을 했습니다. 우간다에 와 계신 선교사님들을 대상으로 한국선교연합회에서 주관한 수련회가 있었는데, 원래 온 가족이 참여하려다 병아리도 새로 들어오고, 설교 준비도 해야 하는 등의 일로 저만 집에 남고 아내와 아이들만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매일 붙어있다가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어 좋을 줄 알았는데, 물론 편해서 좋았지만. 가족 간의 애틋함과 소중함을 되새겨 더 좋았습니다. 아내는 남편 없이 아이 둘을 캐어하느라 고생했습니다. 내가 따라갔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 기간에 병아리들의 병이 발견되어 다행히 이른 조치를 취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병아리 돌보는 동안 아내는 듣고 싶은 강의 시간에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들 따라다니느라 잘 참여할 수 없었는데, 겨우 참여한 그 순간에 마침 남편하고 싸웠던 내용을 주로 다뤄주셔서 짜증나게 은혜를 받고 왔습니다^^ “내가 말하면 진짜 안 들어서 그런 거야” 잠시 우쭐했다가, 내 의사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어 주님처럼 지혜롭고 부드럽게 말씀하시는 것을 소망하고 배워야 함을 알려주시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경험이 굉장히 많이 있고 그 주제가 주로 재정의 영역인 점입니다. “돈 지갑의 회심이 최후의 회심이다”는 말을 요한 웨슬리가 했다고 합니다. 부담스러우면서도 전적으로 동의할 수 밖에 없는 말입니다. 오직 성경에서 하나님과 동급으로 비교된 것이 재물입니다.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 예수제자훈련의 피라미드에도 ‘재정’이라는 주제가 가장 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자녀로, 예수님의 제자로 살면서 재정을 제가 꽉 쥐고 통제하고 계획한다는 것은 사실 내가 그 재정에 매이고 통제 당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나의 주인은 어느 순간 내가 고백하는 주님이 아닌 재정이 되어 재정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인생의 중요한 결정들을 재정에 의해 선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최근에 “나의 참모습을 알려주는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라 나의 선택이다”는 문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바보 같은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많습니다. 전에도 소식지에 쓴 적이 있지만, 그리스도인들이 평상시에는 굉장히 믿음 있는 것처럼 보여지다가 정작 진학, 취업, 결혼 등의 중요한 결정에서는 믿음 없는 사람들과 같은 선택을 하는데, 이와 반대로 평상시에 오히려 믿음 없는 것 같은 결정을 하더라도 인생의 중요한 순간만큼은 믿음의 선택을 하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김형국 목사님의 말씀처럼 말입니다. 우리 부부가 하나된 마음과 뜻으로 이런 결정들을 내려갈 수 있기를 기도 부탁드립니다.



 



제가 이렇게 바쁘게 지내는 가운데 강이 산이와 많이 놀아주지 못했습니다. 저 대신 집 마당에 있는 개들이랑 놀다가 벼룩에 많이 물려 온 몸 곳곳에 상처가 난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요즘엔 책도 안 읽어줬고 성탄을 맞아 오랜만에 같이 놀았는데, 힘이 들었습니다. 방학이라 잠시 집에서 쉬고 계시는 우간다 현지 학교 선생님이 지인의 소개로 연결되어 주 몇 회 1~2시간씩 집에 와서 아이들과 대화하러 오시는 것이 환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 또한 새로운 만남이고 아이들도 집에서 노니 편안해 해서 좋습니다. 그럼에도 엄마가 시야에서 벗어나면 엄마를 찾아 쪼르르 오는 아이들로 인해 편히 쉬지도, 해야 할 일을 집중해서 하는 것도 아직 어렵습니다. 특별히 꿈의학교 팀이 오는 것과 맞물려 이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짐을 옮기는 것은 팀이 가고 난 뒤 하겠지만, 새로운 집에서 팀 일부의 숙박과 아침 식사 및 묵상을 하기로 해서 챙겨야 할 것이 많이 있습니다. 한선협 수련회에 다녀와서 “이사를 해야 할까? 이사를 하는 것이 맞을까?” 다시 고민하는 아내의 마음이 이해됩니다. 저로서도 어떤 선택이 옳을까 고민하고 있구요. 안팎의 상황이 바뀌는 내년에는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살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또 졸업생 박경찬 군이 1년간 국제사랑의봉사단 협력단원으로 우간다를 섬기게 되서 함께 지내야 할 곳을 찾아야 했습니다. 연말연초에 흉흉한 분위기와 소식을 전해 들으며 가족의 안전을 위해 결정해야 하면서도, 안전이 보장되는 곳이 아무래도 현지인들 수준과는 gap이 큰 집이기에 우리 가족의 부르심에 대해 생각해보면 고민이 생기는 것입니다. 빈부격차가 심한 아프리카에서 이방인이 살기 위해선 안전을 위해서 그들 수준으로 사는 것이 아직은 무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주님을 바라봅니다. 하늘보좌 영광 버리고 낮고 낮은 이 땅에 인간의 몸으로 성육신하신 예수님의 은혜를 구하며, 필요한 것 많고 겸손하지 못해 우간다에 성육신하지 못하는 제 자신을 주님께 맡깁니다.



 



올해의 마지막 소식지의 마무리를 이번 주 설교 내용 중 일부로 하고 싶습니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내용을 전했기도 하고, 지금 이 글을 우간다 시간으로 성탄이 지나가는 밤에 쓰고 있기에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 동안 변변찮은 글을 읽어주시고 기도해주시고 답장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 아버지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올해와 같이 내년에도 이처럼 지켜주시고 채워주시고 인도해주셔서 더 깊고 진솔한 나눔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할렐루야!



 



(설교 나눔)



오늘 이 시간을 통해 나누고픈 핵심은 우리가 믿는 예수님이 완벽한 신성과 함께 완벽한 인성을 지니신 분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유년시절을 잘 모르고, 복음서에 등장하는 소년 예수의 모습에 압도 당합니다. 지혜가 뛰어나서 성전에서 어른들과 대화하고, 그 부모님을 오히려 당황시키는 그 모습은,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예수. 비범한 예수입니다. 다른 기록이 거의 없으니 예수는 계속 비범한 존재만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그 신성과 함께 소년의 예수는 천진난만하고 감수성 예민한 아이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배고프다 울고, 똥 싸면 어찌할 수 없어 울었던 아기였을 때처럼 예수님도 인간의 성장과정 안에 있었음을 봅니다. 언젠가 제 친구의 아들이 태어나서, 축하인사도 전할 겸 병문안을 간 적이 있습니다. 수유 중이라 잠시 기다리라 했고, 얼마간 기다림 끝에 들어간 병실에는 산모와 아기가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신생아였던 것 같습니다. 수유를 했는데도, 금방 다시 울기 시작해서 기저귀를 갈아야 하나 보다 하는 초보엄마아빠의 당황하는 모습과 함께, 제 눈에 아기의 모습이 클로즈업 되었습니다. 친구가 기저귀를 확인하는데, 아기가 다리를 못 벌려서 손으로 아기 대신 벌려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아… 이 아기는 자기 다리 하나 못 벌리는 그런 약하디 약한 존재이구나... 만 왕의 왕이시고, 전지전능하신 우리 하나님께서 그렇게 오셨다는 것. 제게 엄청난 감동이었습니다. 병실을 떠나기 전 친구 부부와 아기를 위해 기도하는데, 그 내용에 대한 언급을 하며, 이런 비천한 나를 위해 이 땅에 오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온 우주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이 고작 이 모습으로 오셨다는 사실에 눈물이 났습니다.



 



예수님은 완벽한 인간이셨습니다. 우리는 때로 이것을 자주 잊곤 합니다. 그러나 저는 개인적으로 예수님의 신성의 모습보다 인간 예수님이 너무 매력적이고 멋있다고 느꼈습니다. 죄인들과 어울려 아무렇지 않게 식사하시는 모습, 제자들의 더러운 발을 씻기시는 모습, 갈릴리 바다에서 제자를 부르시고 그 제자들과 함께 물장구치시는 예수님에게서, 내가 지금 마주하는 일상과 현장에 함께 하고 계시다는 믿음의 확신을 얻게 됩니다. 우리가 올해 추석 때 한 윷놀이에서 예수님도 함께 즐거워하시고 그 게임을 가장 아름답게 끝내주셨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예수제자훈련 DTS를 받을 때 성령론 강사로 오셨던 이병호 목사님께서 강의 중간에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어떤 휴식일에,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 맛동산과 함께 쇼파에 누워 잠시의 여유를 즐기니 그 시간이 너무나 꿀맛 같은데, TV를 켜니 예수님 영화가 나오고 있어 정말 금상첨화라고 생각하며 보고 계셨답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영화 속에서 예수님을 노시는 모습을 슬로우 모션까지 써가며 보여주니 기분이 점점 안 좋아지다가 제자들과 물놀이 하시는 장면에서는 “이건 아니야~~~!!!” 하며 아주 불쾌함을 느끼고 TV를 끄셨답니다. 그런데 그 날 밤, 예수님이 찾아오셔서 “인간으로 이 땅에 온 주님”을 직접 계시해주셔서 그 은혜에 펑펑 울었다는 고백을 들었습니다.



 



안도현 시인? 교수님의 책 연어 서문에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연어에게서 강물의 냄새가 난다. 이 글을 보고 어떤 전문가라 하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 연어는 강에서 태어나 대부분의 시간을 바다에서 살기 때문에 내용을 수정하라는 항의를 받고, 그 사람의 감수성 없음에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 글귀를 인용해 “예수에게서 인간의 냄새가 난다”고 하면, 어떤 누군가는 불편하고 싫을 수 있겠습니다. 저는 후각에 아주 민감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저에게서 나는 냄새만큼은 둔감한 것 같습니다. 제 속에 썩고있는 냄새를 언제까지 회칠한 무덤으로 가릴 수 있을까? 하는 성찰이 있다면, 그것은 주님이 제게 베푸신 큰 은혜입니다. 사람 냄새 나는 사람이 될 때 비로소 예수와 더 가까워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예수의 신성에 초점을 맞추고 그 거룩함과 초월적 현상을 추구하며 인간이신 예수님을 놓친다면, 우리의 삶은 너무나 깨끗한 나머지 이 세상과 접촉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추구하는 수도원의 영성이, 이렇게 흘러가기는 바라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거룩과 신성의 추구의 목적이, 말씀이 육신이 되어 오신 예수님과 같이 죄인들에게조차 성육신하는 인간이고자 함이 되었음 좋겠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참된 신성은 참된 인성에서부터 나옴을 봅니다. 그 분은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아니하고 구분 짓지 아니하며 누구와도 어울릴 수 있는 겸손을 지니셨기에, 누구나 따르고 누구나 믿고 누구나 순종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구원자가 되실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 생애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나누고 말씀을 마치고자 합니다. 완벽한 신성을 지니신 그리스도, 구원자 이시며, 완벽한 인성을 지니신 예수. 예수라는 이름과 그리스도라는 명칭은 하나입니다. 그리스도는 사마리아성 여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물을 마시는 자마다 다시 목마르려니와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 예수는 십자가 위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목마르다”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물을 주실 수 있는 분이, 본인 스스로의 목마름에 대하여 말씀하시고 숨을 거두셨습니다. 저는 여기서 전능자의 모습과 연약한 인간의 모습을 동시에 봅니다. 예수님은 생애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다 주고 가셨습니다. 다시 말해 본인 안에 물 한 방울 땀 한 방울 피 한 방울까지도 다 내어주신 채 본인은 목마름을 느끼시고 돌아가신 것입니다. 우리가 믿는 주님은 이런 분이십니다. 2000여년전 이 땅에 오신 주님은 이런 주님이십니다. 주님이 다시 온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 때 까지 몇 번의 성탄절이 더 찾아올지 모르지만, 이 즈음에는 특별히 이 내용을 묵상하면서 이 분을 기다리며, 이 분의 삶을 기리며, 이 분의 흔적이 우리의 작고, 짧고, 연약한 삶에도 나타날 수 있길 소망합니다.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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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혁   2019-01-08 20:07
첨부한 파일을 여시면 우간다 선교 현장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사진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