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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님 우간다 선교 소식입니다.(8월)

조회 : 217 0 송지순

지난 달 소식지를 보내며 이번 달에는 우간다에 대해 소개하고 거시적인 글을 보내드리고 싶다는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그러나 아직 시기상조인 것 같습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듣지만, 더 확인이 필요한 정보들도 있고 객관적이지 않은 내용을 잘못 소개할 수 있는 누를 끼칠 수 있습니다. 아직 더 배우고 알아가야 할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소식지가 늦어진 이유는 심한 기침으로 등근육에 통증이 생겨 며칠간 제대로 앉아있지도 못했습니다. 아내가 먼저 갈비뼈가 심히 아플 정도의 기침을 하다 나아져갈 때 제가 이어받았습니다. 다행히 기침도 등의 통증도 완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수도인 캄팔라를 중심으로 최근 격렬한 시위가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 있었고, 그 시위가 아직 지속되는지 모르지만 꽤 이슈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있었던 안타까운 일들이 이 곳에서도 일어납니다. 오랫동안 지속된 독재, 그것을 더 연장하려는 법 개정. 이 법을 반대하고 저항하는 시민들과 공권력이라 하는 집단의 통제… 간간이 전해듣기만 하고 눈 감고 귀 먹은 사람처럼 나에게는 아무 일 없듯이 지내고 있습니다. 코이카나 한국 NGO에서 파견된 분들에게 오는 안전 관련 메시지를 카톡으로 전해 받으며, 법원 앞을 지나가지 못하도록 경찰이 통제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제가 사는 Mbale 지역은 예로부터 반골성향이 강한 곳, 야당을 지지하는 곳이라 때로 삼엄한 경계가 있다고 합니다. 성탄절과 이어지는 연말연시에 사람들이 거리로 많이 나와 치안이 불안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는데, 아직 실감하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요즘은 심심치 않게 도로에까지 나온 무리들이 노래하며 행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Bugisu(우간다에만 몇 십개의 부족이 있고, 50여개의 다른 언어가 있다고 합니다.)라고 하는 이 지역민들의 할례 시즌이기 때문입니다. 병원에 가서 의사를 통하기보단 아직 전통적인 방법으로 하는 할례가 축제처럼 보이기도 하고, 아주 중요한 행사인 것 같습니다. 어쩌다 그 무리에 섞였을 때는 약간의 두려움도 느끼지만 피해를 받은 적은 없습니다. 교만한 시각에서는 미개해 보일 수도 있으나, 그들의 삶과 희로애락을 잘 모르면서 선입견을 갖는 것이 어쩌면 더 미개한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할례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우간다 뿐 아니라 아프리카에 공통적으로 있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차콜이라 하는 숯을 사용합니다. 양계장 보수 공사를 위해 나무를 산 적이 있는데 기둥으로 쓰는 굵고 큰 나무가 우리 나라 돈으로 2000~3000원 사이 밖에 되지 않습니다. 싼 가격에 자재를 구할 수 있어 기쁘면서도 씁쓸했던 것은, 나무 가격이 싸기 때문에 많이 베어지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차콜도 나무로 만드는 것인데 대체 자원이 마련되지 않으면 머지 않아 큰 위기가 닥칠 것이 분명합니다. 몇 년 전부터 한동대학교에서 프로젝트 팀이 단기와 장기로 3주 혹은 5~6개월씩 머물며 새로운 숯을 개발했습니다. 우간다의 땅콩이 아주 맛도 좋고 쉽게 구할 수 있는데, 땅콩 껍질을 이용해 숯을 만들었습니다. 많은 시행착오도 있었다는데, 최근 상품성 있게 완성된 땅콩숯을 테스트 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땅콩숯을 개발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협력하여 공장도 세우고 주민들이 생산, 가공, 판매 등을 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같이 연구되어 졌습니다. 그래서 우리 농장에서도 숯을 그만 사용하고 이 땅콩숯을 쓰기로 했습니다. 우리 나라 번개탄과 같이 생겼습니다. 아직 익숙치 않아 불편하기도 하겠지만, 다음 세대를 위해 작은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젊은 청년들의 귀한 헌신으로 탄생한 땅콩숯이 누룩처럼 퍼져 나가 세상이 아름다워 지는데 쓰이길 소망합니다.

 

제가 맡고 있는 Busiu 농장은 시범 농장으로 현재 2개의 room에 약 250마리가 있습니다. 그 중 한 room의 닭들이 금식을 해서 산란을 하지 않았는데, 그간 잘 낳던 다른 닭들까지도 산란율이 확 떨어져 계란 파동이 있었습니다. 사재기도 불가능하고 공급자인 저도 먹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다시 산란율이 올라오길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조언도 구하고 인터넷도 찾아보며 몇 가지 노력을 해봤습니다. 사료를 남기는 것이 소화불량일 수 있겠다 싶어 불린 현미와 함께 깍두기 국물과 동치미를 물에 타 먹였습니다. 타향에서 사람에게도 귀한 음식을 닭들에게 나누자니 아까웠지만,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오렌지를 사다가 즙을 내어 비타민을 주었습니다. 마시는 물에도 문제가 있나 싶어 빗물받이 통을 청소했습니다. 사다리를 놓고 양계장 지붕에 올라가 떨어질까, 한 발 옮길 때마다 지붕이 구겨지는 소리가 나서 조마조마했습니다. 밑에서는 물을 길러 올려주고, 그 물을 부어가며 지붕과 빗물받이를 헌 옷으로 일일이 닦는 작업은 쉽지 않았습니다. 뜨거운 태양도 작업의 난이도를 한층 높여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일을 하면서 깊은 희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산란율이 떨어졌던 가장 큰 원인은 사료의 배합비를 바꾸어 보았는데, 민감한 닭들이 바뀐 사료를 먹으며 영양가가 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다시 예전과 같이 맞추어주니 산란율이 올라가 다시금 신선한 계란을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간 우리 계란을 찾았던 고객들도 다른 계란과의 차별성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계기였다고 합니다.

 

쿠미의 병아리들은 5주차가 지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들어온 첫 주에 날씨가 추워서 숯불도 피우고 신경썼지만, 35도 이상을 유지하지 못했는데 그 때 면역력이 제대로 길러지지 못한 것이 원인인 것 같습니다. 곧 다시 병아리를 받게 되는데, 무엇보다 온도에 가장 신경을 쓰고, 병원균으로부터 보호에도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백신을 쓰지 않으니 병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방영양제도 먹이기 위해 준비하고, 토착미생물 배양도 해서 바닥에 뿌려주려 합니다. 자연농업을 위한 재료들인데, FM대로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농작물을 위한 토양 만들기가 아니라 닭들의 음용수, 바닥 발효를 위해 주는 것이기에 시도해봐야 하겠습니다.

 

강이와 산이가 다니던 유치원은 방학을 했습니다. 영국학제를 따르는 우간다는 3개의 학기가 있습니다. 9월 17일에 다시 개학을 해서 11월 말에 긴 방학을 다시 시작합니다. 그새 사귄 친구들 샬롬, 데니즈, 오웬이 보고 싶다며 매일 이야기 합니다. 엄마도 아빠도 집에 있는 아이들을 지겹지 않게 하느라 힘이 듭니다. 아이들이 유치원을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것 같아 다행이라 여기고, 인내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은 이마에 무언가를 붙인 사람을 보고 “저 사람 인도사람이야?” 하는 겁니다. 놀라워서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니, 유치원에 인도 언니가 있는데, 그 언니도 저렇게 붙였다고 하는 걸 들으면서, ‘조금씩 경험하며 넓은 세상을 알아가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요즘은 아빠가 출타를 할 때마다 대문 앞으로 쪼르르 뛰어가서 차가 빠져나갈 때까지 문을 붙잡아 주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에도 집문이 열리면 어느 새 뛰어나와 문을 잡고 아빠를 향해 밝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 하루의 피로가 사라짐을 느낍니다.

 

아내는 일주일에 세 번 운동을 다니는데, 그 시간이 있어 해방감을 누리고 있습니다. 임신과 출산, 육아로 자기 몸 제대로 돌볼 여유가 없다가 비로소 하게 된 운동이 활력을 주는 것 같습니다. “더 늦게 시작했으면 큰 일이었을 것이다!” 라는 말에 감사가 됩니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을 얼마나 빡쎄게 하는지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서도 바로 저녁 준비에 들어가야 합니다. 점점 익숙해지고 있지만, 코치가 강도를 높여가고 있어 따라주지 않는 자신의 체력과 코치의 무지비함에 원망의 소리도 지르고 있답니다. 덕분에 살도 빠지고, 먹는 양도 조절해가면서 다이어트를 같이 하니 1석2조인 것 같습니다. 함께 운동을 하는 동갑내기 친구와 의지하며, 많은 도움도 받고 대화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생긴 것도 감사합니다. 프로젝트가 마무리 되는 내년 초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적어 아쉬워합니다. 제가 다 이해할 수 없는 여자의 마음을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서로 남편 흉도 볼 수 있으니 편안한 것 같습니다.

 

태권도 사범을 하고 있는 코이카 단원이 있습니다. 우간다 음발레 라고 인터넷에 검색을 하면 이 분이 열심히 하고 계신 블로그를 통해 이 곳을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그 청년이 경찰들도 가르치고 유치원생도 가르치고 국제학교 학생들도 가르치는데, 세컨더리 스쿨의 학생들이 주대상입니다. 마침 쿠미대학교 태권도 팀과 연합해 공연을 할 때 제가 운행을 도와서 그 학생들의 실력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공연에서 절도 있고 파이팅 넘치는 모습도 멋졌지만, 공연 전과 후 질서 있고 협력하는 모습. 야외 공연으로 시작되었다가 갑자기 내린 비로 실내로 옮겨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 보여준 일사분란함 등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태도가 아주 훌륭한 학생들이었고, 그 학생들을 진심으로 아끼는 사범님을 보며 목자의 마음을 느꼈습니다. 그 학생들에게 계속 특별한 경험과 새로운 도전을 위한 기회들을 만들고자 하는 사범님이 멋집니다.

 

운전을 하며 다니다 보면 매일 같은 곳에서 경찰을 마주합니다. 처음에는 혹시나 잡을까 조마조마 했다가 이제는 조금씩 정을 나누는 관계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저의 전임자는 매일 계란을 삶아서 인사차 나눠주기도 하고 어떤 분은 소다나 물을 일부러 챙겨주기도 합니다. 뇌물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늘 마주치는데 그냥 지나가기보다 고생하는 사람들과 인사도 나누고 배고프고 목마를 때 내가 가진 것을 조금 나누는 것입니다. 어떤 날은 축구하는 학생들을 위해 사서 남은 소다를 싣고 가다가 뒤로 백해서 나누어 주니 너무 고마워하는 모습에 같이 즐거웠습니다.

 

시장에서도 친구라 하는 몇 몇 사람들이 있습니다. 단골이 되었는데, 항아리를 사서 가져와보니 제 생각과 달라 다시 가서 환불을 요구했습니다. 다음에 다른 것으로 더 많이 사갈 계획이 있으니 오늘은 환불해달라는 말에 사장님 핑계도 대고, 내가 몇 시간 전에 지불한 돈을 이미 써버려서 못 준다고 계속 다른 것만 보여주는 것에 실망했습니다. 사장님한테까지 전화를 걸었지만, 사장님의 태도는 더 완고해서, “너는 오늘 고객을 한 명 잃었다. 나는 다른 곳을 찾아봐야겠다”며 환불해 실패한 항아리를 다시 가져왔습니다. 저 애물단지를 볼 때마다 내가 그 친구를 너무 힘들게 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에 불편한 마음이 있습니다. 정말 그 돈을 써버렸을 수도 있고, 사장님의 가게 방침을 준수해야 하는 직원으로서 내 말만 들을 수도 없을텐데, 중간에서 난처했을 수 있습니다. 그 직원이 정직하지 못했다 한들, 친구라 했었는데 이런 일로 단절해버려서는 안 되지 않나?하는 마음이 듭니다. 우리 직원이 조사해서 사온 가격과 제가 다시 가서 물었을 때의 가격의 차이가 있었을 때도, ‘정직하지 못한 것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까?’ 란 갈등이 듭니다. 차액을 남긴 만큼의 다시 돈을 달라고 할까?, 부정직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얘기할까?, 왜 그랬는지 물어볼까? 등 권징에 대해 몰입되어 있다가도 ‘먼저 그의 마음을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부드러운 태도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란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이미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옳고 그름에 대한 분명한 치리보다 한 사람의 소중함에 대해 기억하게 됩니다.

 

얼마 전 농장에서 직원들과 가치를 담은 첫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우간다 사람들도 어른들은 대부분 핸드폰이 있습니다. 핸드폰을 쓰려면 에어타임을 충전해야 하고, 배터리도 충전해야 합니다. 때로 농장에 문제가 있을 때 서로 소통하면 좋은데, 제가 방문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말을 하니 조치가 늦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으면 전화를 해달라” 하니 “에어타임이 없다(충전할 돈이 없다)” 합니다. 아… 월급이 있는데, 가족들 식비와 자녀 손주들 학비를 보태면 에어타임은 살 수가 없습니다. 한국처럼 월급명세서에 통신비 교통비 등 세부항목이 나눠져 있으면 더 명분이 있는데 사실 적은 월급에 명분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상시를 대비해 세 사람 중 한 사람 핸드폰만큼은 에어타임이 충전되어 있도록 십시일반 해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에어타임 충전비를 제가 낼 수도 있지만, 이 농장을 함께 운영해가는 주체로서 책임감을 공유하자는 취지를 잘 설명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어쩌면 제 요구에 서운했거나 불만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오늘은 핸드폰 충전기를 달라고 합니다. 핸드폰을 쓰는 사람이 자기 충전기를 가져야 하는데, 있는 것은 고장이 났고, 저와 소통을 위해선 충전을 해야 하니 충전기가 필요하답니다. 이 핸드폰이 저와 연락하기 위해서만 사용되면 당연히 제 책임이지만, 다른 사람들과도 소통하는데 본인이 사야하지 않겠냐고 굳이 따져보았습니다. 사실 이것을 살만한 여력도 없고, 또 사러 시내로 나갈 기회도 없는 분인데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야지, 말해 무엇하겠느냐만 의존성과 책임의식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 가기 위해서 입니다.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는 우간다에서 간혹 웨스턴들과 대화를 나누게 될 때가 있습니다. 자신을사모님이라고 소개하며 먼저 말을 건네 주신 분은 배로 낳으신 자녀가 6명에 가슴으로 낳으신 자녀가 3명 더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뛰어노는 것이 너무 귀여워서 친해지고 싶다 했습니다. 9명의 자녀를 데리고 직접 홈스쿨링을 하시는데, 지금은 Mommy Time 이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라 했습니다. 언제 한 번 그 집을 방문해보기로 했습니다. 인상도 성품도 참 아름다운 분이셨는데, 삶의 향기도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또 독일에서 온 어떤 부부는 자신의 자녀들과 함께 현지 어린이들 20명 정도를 데리고 수영장에 놀러왔습니다. 고아원의 아이들을 위해 매일 저녁 섬기고 있는데, 이렇게 가끔 피크닉을 온다고 했습니다. 부모와 자녀간 얼굴색이 다른 가정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받은 복을 흘려보내며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울림을 느낍니다. 1800년대부터 대를 이어 우간다에 살고 있다는 영국인도 만났습니다. 참으로 역사가 깊습니다. 언제 한번 기회가 된다면 서양선교사님들 자녀를 위한 학교에 가서 짧은 나눔을 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할아버지 할머니의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온갖 어려움을 무릎쓰고 제 조국 대한민국에 오셨습니다. 양화진이란 곳에 가면 그 분들 삶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여러분 조상들의 헌신이 있었음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 역시 자신만을 위해 살다 죽을 인생이었지만, 그 분들의 삶을 통해 감동을 받고 이제 그 빚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이 곳에 나왔습니다. 여러분도 저도 그런 삶을 이어가면 좋겠습니다” 이런 감사의 인사를 꼭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 아내가 내려 준 커피를 마시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 둘 다 커피 문외한이지만, 맛과 향이 참 깊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불과 멀지 않은 거리에 4000m가 넘는 Mt. Elgon이 있습니다. 그 곳에서 난 커피의 생두를 살 수 있습니다. 그 커피의 생두가 나오는 시기가 곧 다시 시작됩니다. 그린빈 1kg에 우리돈 5000원이 하지 않습니다. 주문하면 제 눈 앞에서 상태 좋지 않은 빈을 일일이 손으로 골라내는 수작업을 하느라 꽤 시간이 걸리지만, 제품에 더 신뢰가 갑니다. 그 생두를 집에서 숯불 위에 팬을 놓고 30분간 타지 않도록 휘저어 가며 볶고, 부서진 껍질을 솎아 내어 통에 담아 놓은 뒤, 때마다 갈아서 커피를 내리는 수고를 직접 하고 있습니다. 산지에서 아주 신선한 커피를 구해 제대로 즐기는 원형의 방법에 가깝습니다. 커피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가 조금 더 뒷받침되면 한국에서 맛 보기 힘든 맛이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어떨 때는 돈 얼마 주고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 편하게 즐기는 커피도 좋지만, 이 맛에 길들여지면 수고도 덜 느껴집니다. 커피를 이렇게 마시면서 “원형”이란 말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커피를 원형대로 내려 마시는 것처럼, 양계를 자연 속에서 답을 찾아가는 것처럼, 수고스럽지만 가치를 둔다면 그 안에서 회복이 일어납니다. 생산의 과정, 유통의 과정을 대신해 주는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받아 대가를 지불하고 얻는 것들은 편의를 주지만, 원형이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지 못합니다. 본질에서 비껴간 왜곡들이 편의성, 효율성, 경제성 등의 명제 앞에서 버젓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부작용들 앞에서 본질에 대한 탐구를 하게 되고 그 원형을 추구하고자 하는 본성이 있음을 느낍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대안교육을 넘어 원안교육을 하려 하고, 자연농법으로 농업을 하고, 양계를 합니다. 그 곳에 회복이 있고, 생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도 하나님이 계획하신 원형이 있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다!” 는 말씀의 선포가 다시금 놀라운 은혜로 다가옵니다. 새 포도주를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처럼 새로운 피조물이 된 우리에게 성령의 새 포도주를 부어주셔서 날마다 그 원형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우리의 공로가 없습니다. 우리 몸과 영혼이 그러하듯이 이 세상 모든 영역이 원형을 회복해감에 복음의 비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농장을 다녀오는 길에 경찰이 차를 세웠습니다. 차의 앞 유리에 금이 가 있는 것을 보고 세운 것이었습니다. “며칠 전에 반대편 차선의 차에서 돌이 날라와 금이 갔다. 정비소에 가 풀을 발랐고, 다음 주쯤 새로운 유리로 교체할 예정이다, 지금 그 유리가 없다 해서 못 고쳤다” 이렇게 사정 설명을 하니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합니다. 면허증을 가져가서 차를 앞으로 세우라고 하더니, 바로 본색을 드러냅니다. 벌금영수증을 발부하면, 여기다 차를 두고 은행에 가서 벌금 내고, 그 영수증을 받아와야 다시 면허증과 차를 가져갈 수 있다. 그런데 벌금보다 싸게 해줄 테니 돈을 달라는 것입니다. 오늘 계획대로 일이 풀리지 않은 많은 것 중에 정점을 찍은 일이었지만, 하루 종일 묶여 있던 것 같았는데 이 때는 이상하게 마음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여유가 생겨 농담도 하고 사정도 하고 애교도 부리며 봐 달라 했습니다. 절대 봐주지 않던 여자 경찰에게 다음 주에 꼭 유리를 교체할 테니 믿어달라 하니, “나는 사람은 절대 믿지 않는다” 합니다. “오~ 너 하나님만 믿냐?” 하니까 “그렇다” 합니다. 그 여자 경찰에게 믿음이 좋다고 칭찬하며, “날 믿어달라고 하지 않겠다, 다만 용서는 해 달라” 하고 계속 사정했습니다. 제 마음이 편해서인지 이 경찰도 아주 막무가내는 아니었습니다. 결국 긴 실랑이 끝에 보내주길래 가지고 있던 소다 한 병을 내어주었습니다. 차 안에는 수육과 한방영양제를 위한 맥주도 있었습니다. “소다 대신 맥주 마실래?” 하니 바로 거절합니다. 그 이유로 참 멋진 대답을 하더군요. “I’m born again!” 회개하고 거듭난 사람이기에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뇌물은 받아도 되지만, 맥주는 마실 수 없는 거듭난 자의 정체성… 그러나 저는 그의 신앙을 함부로 판단하고 싶지 않습니다. 위에 언급했듯이 우리 직원도 물품의 값을 속여서 샀습니다. 옳지 않은 방법으로 착복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 사람이 처한 상황이 어떠한지 잘 모르면서 “이것은 안 돼!” 라는 율법으로 정죄하는 것 또한 옳지 않습니다. 다윗은 제사장 이외에는 먹을 수 없는 진설병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성경에 나옵니다. 성경은 그것이 옳다, 잘못했다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다윗이 그렇게 했다는 것을 말합니다. 거기서 다윗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그런 그를 통해서도 하나님이 당신의 뜻을 이뤄가듯이 형편이 너무 어려워 도둑질 했던 누군가의 인생을 끝내지 않으시고 새 일을 행하시는, 그가 믿는 바 “거듭난 자”의 삶을 이루시는 하나님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그 하나님으로 인하여 믿음 안에서 거듭나게 되었고, 비로소 원형을 살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Born Again!” 오늘 제 영혼을 뒤흔든 이 여자 경찰에게, 그 뒤에 역사하고 계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덧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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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순   2018-09-14 19:38
첨부파일을 열면 강이와 산이가 우간다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볼 수 있습니다. 가난한님 편지를 보니 더 그립습니다. 양화진에 다시 가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고요.